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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단위계획 제약을 극복한 단독택지 주택, 정중헌(正中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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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엄격한 지구단위계획 아래 비슷한 듯 조금씩 개성을 달리하는 주택들이 들어선 단지. 정직과 중용을 미덕으로 삼는 주인을 닮아 담백하고 수수한 외관이 이 집의 매력이다.



LH가 개인에게 분양한 블록형 택지로 33가구가 모인 단독주택 단지이다. 강력한 지구단위계획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원경 ©서현 



일반적으로 택지지구로 조성된 단독주택 단지는 거주하는 사람의 다양함만큼이나 제각기 개성을 뽐내는 집들로 가득하다. 규모, 형태, 재료, 조경 등 펼쳐진 경우의 수를 취향에 따라 조합하면 서로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따로 보면 멋진 집들이 모여 있을 때 시각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 배려가 부족한 제멋대로의 집이 주변 풍경을 망치기도 한다. 이에 주어진 토지를 합리적으로 쓰고 균형 잡힌 동네의 미관을 위해 규칙을 만들게 된다. 이를 ‘지구단위계획’이라고 부른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이 블록형 택지에는 상당히 엄격한 지구단위계획이 부여되었다. 높이 9.3m, 평면은 ‘ㄷ’자 구성일 것, 경사 각도는 45°의 박공지붕, 중정은 정해진 위치에, 외장으로 붉은 계열의 벽돌과 어두운 색상의 금속 지붕재를 쓸 것 등 건축가가 무언가를 보탤 여지가 매우 적은 조건이었다.



콘크리트 보를 노출하고 테두리에 공간을 띄운 후 선을 따라 조명을 매립해 형태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중정이 보이는 주택의 배면. 1층 거실로 남향 빛이 들도록 맞은편 매스는 단층으로 계획되었다. SECTION ①현관 ②주방 ⑧욕실 ⑩가족실 ⑪방 ⑫다락 ⑬복도 

이 집이 외관상 다른 집과 차별성을 갖는다면 그건 오히려 많은 부분을 덜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외벽으로 쓰인 벽돌을 낮은 담장에도 써 재료를 통일하고, 남향 빛을 받는 중정을 제외하곤 창호도 필요한 곳에만 정사각형으로 계획했다. 또한, 외벽을 가로지르는 홈통을 없애고 벽돌의 줄눈도 모두 깊게 파냈다. 인장(印章)이 없는 것을 브랜딩한 제품이 인기를 끌듯 이 집 역시 절제미를 살린 심플함 덕분에 비슷한 조건의 수많은 집 중에서도 돋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을 갖고자 하는 기질의 건축주들에게 이러한 간결함은 심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건축가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있었고 대신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과 장치가 실내에 가득하다.



거실 한쪽 벽면에는 세 개의 스테인리스 판이 부착되었다. 일사고도가 낮아지는 가을이 되면 실내로 유입되는 빛이 반사되어 벽면에 다양한 모양을 만들 것이다.중정에 면한 게스트룸. 그림을 좋아하는 건축주를 위해 액자를 쉽게 달 수 있도록 모든 몰딩 부분에 픽처레일을 설치했다. 동네로 열린 창은 다시 중정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좁고 긴 복도지만 답답하지 않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대지면적 ▶ 254.60㎡(77.02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다락 
건축면적 ▶ 100.53㎡(30.41평)  |  연면적 ▶ 167㎡(50.52평) 
건폐율 ▶ 39.49%  |  용적률 ▶ 65.60%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9.2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경질 폴리우레탄폼(PIR)     
외부마감재 ▶ 외벽 – 벽돌(삼한C1) / 지붕 – AL 징크 
담장재 ▶ 벽돌 
창호재 ▶ LG하우시스 AL 시스템창호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 ▶ ㈜건창기술단   |  설비 ▶ ㈜엘림전설 
구조설계 ▶ 터구조안전기술주식회사 
시공 ▶ 리안건설(Ryan) 
설계 ▶ 서현(한양대학교) + 소수건축사사무소



마당이 없는 대신 현관 복도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중정이 자리한다. 중정을 둘러싼 실내의 3면 모두 전면 창을 설치해 외부 공간과의 연계도를 높이고, 남향 빛이 거실에 오래 머물도록 반대쪽 별채는 단층으로 계획했다. 별채는 게스트룸으로 쓰다가 은퇴 후 부부가 나이가 들어 2층으로 오르기 힘들 때, 안방으로 쓸 요량으로 드레스룸까지 넉넉하게 구성했다.

주방보다 거실의 층고가 더 높은데, 이는 2층의 단차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스킵플로어가 형성된다. 거실 천장의 십자형 콘크리트 보 노출은 층고를 최대한 높이는 역할을 하면서 시각적으로도 단단한 중심성을 갖는다.



스킵플로어 구성으로 욕실과 안방과 단으로 구분된 가족실박공면에 맞게 짜여진 장식장에는 해외 출장길에 구입한 그림과 소품으로 가득하다.



천장에 대한 재미난 실험은 2층을 지나 다락에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다락의 다이나믹한 박공 구조를 따라 선적인 조명을 매립한 것이다. 각이 생기는 부분을 끊지 않고 연결해 마치 자연광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공간의 성격에 따라 바닥의 단과 층고를 달리 주고, 천장 디자인까지 신경 쓴 덕분에 집은 풍성한 감각으로 가득하다.

집의 당호는 ‘정중헌(正中軒)’이다. 가훈인 정직(正直), 중용(中庸), 정성(精誠) 중 앞의 두 글자에서 땄다. 수수한 외관과 허영심 없는 살림이 납득이 되는 이름이다. 건축주가 이름을 짓고, 건축가가 쓰고 제작해 현관 옆 벽돌 3개 높이에 맞춰 현판도 붙였다. 같은 외관이지만 조금씩 달라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질 법한 상황에서도 건축주가 초연한 자세로 집을 지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 가훈에 숨어 있었다.



다락 경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감한 조명 계획 ©서현PLAN ①현관 ②주방 ③거실 ④별채 ⑤드레스룸 ⑥창고 ⑦중정 ⑧욕실 ⑨다용도실 ⑩가족실 ⑪방 ⑫다락 ⑬복도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페인트 / 바닥 – 원목마루 오크브러쉬 
욕실 및 주방 타일 ▶ 자기질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콜러, 대림바스 
주방 가구 ▶ 한샘 키친바흐 
조명 ▶ 직부등, 다운라이트, 간접등 
계단재·난간 ▶ 오크집성목 + 철제 환봉 
현관문 ▶ 단열 방화 도어   |  방문 ▶ 목재 위 페인트(현장 제작) 
붙박이장 ▶ 한샘





담에 걸터앉아 대화를 나누는 건축가와 건축주 부부  /  안방에서 연결되는 베란다에선 중정이 내려다보인다. 서로 다른 형태가 결합해 ‘ㄷ’자를 구성하는 주택은 모든 면이 정면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건축가_ 서현 [한양대학교]

<해심헌>, <문추헌>, <건원재>, <시선재> 등의 주택과 <효형출판사옥>, <김천상공회의소>, <파주출판도시어린이집> 등을 설계·완성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배흘림기둥의 고백>, <빨간 도시>, <세모난 집짓기>, <상상의 책꽂이> 등의 책을 저술했다.  02-2220-0301,  www.saltworkshop.net

건축가_ 고석홍, 김미희 [소수건축사사무소]

건축 및 공간을 매개로 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일상 공간의 경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관계의 가치를 중시하며, 이를 통해 더불어 함께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목동의 3세대 주거인 <동심원>, <양평 살구마을 동호인 단독주택단지> 등 다수의 주거 시설 등이 있다.  02-461-2357 www.sosu2357.com



취재_ 조성일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3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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