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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같지 않은 아늑함 천호동 협소주택 입주기
- 관리자 1일 전 2025.10.01 16:39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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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같지 않은 아늑함
천호동 협소주택 입주기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동네.
한적한 도심 주택가에 네 식구를 위한
건축가 아빠의 실력이 발휘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때는 2020년 초, 2017년 전세로 살림을 차린 거의 모든 신혼부부가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 발등의 불이 되어 돌아왔다.
갓 건축사 자격증을 득한 남편과 이제 말하기를 시작한 아들.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을 손수 짓고 그 안에서 단란한 삶을 영위하는 그림은 필연이라 생각했지만, 그 시점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한 발 한 발 옥죄어오는 대출의 압박과 계약 종료일이라는 사선 사이에 낀 우리는 다급했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대지를 찾아다녔다.
공구거리의 부지런함과 자전거거리의 여유로움이 뒤섞인 천호동 한가운데 신기할 정도로 조용한 골목에 그 ‘매물’이 있었다. 무엇보다 눈과 마음에 들어온 점은 나와 비슷한 연배 즈음 되어 보이는 맞은편 집들이었다.
왠지 묵묵히 일하며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장년의 모습 같았다. 그 골목에 우리의 ‘단란한 삶’이 얹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마한 대지에 우리 세 식구와 어머니까지, 삼대가 함께 살 집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만의 세상인 양 아늑하지만 닫혀 있지 않은 공간을 원했다.
_곡선의 벽은 대지를 고를 때엔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전봇대 덕분에 만들어졌다.
1층 외벽은 투박하고 묵직한 노출콘크리트로 선택했고, 그 위에는 벽돌집이 많은 골목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밝은 톤의 치장벽돌을 얹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할 수 있으면서도 ‘밥 먹어’ 소리쳐 부르면 주섬주섬 모여들 수 있는 집을 바랐다.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되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이웃집이 되길 희망했고, 새집이되 새집 같지 않은 아늑함이 있었으면 했다.
계단 위치나 방 배치를 두고 여러 차례 수정이 있었지만, 외부마감재만큼은 처음 설계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대지가 좁아 도로와 이격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기에,
현관이 생길 1층 외벽이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듬직한 담장이 되었으면 했다.
그 때문일까 1층은 투박하고 묵직한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했다. 그 위에는 벽돌집이 많은 골목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밝은 톤의 벽돌을 얹었다.
창문 없이 대지 경계를 따라가는 1층 외벽과 달리 창문이 생기는 상부는 매스를 밀어 넣고 화단을 두는 설계로 전면도로와 경계를 설정했다. 화단은 그 안의 삶을 보듬어주면서도 거리에 활력을 주는 느슨한 정원수가 되었다.
우리는 콘크리트와 벽돌, 이 두 가지 재료가 만나는 방식을 고민했다. 기단과 같은 콘크리트 위에 화사한 벽돌부가 놓인 느낌에 주목했고, 층으로 명확히 분리되면서도 결국에는 하나의 완성된 건물로 보이기를 바랐다.
구조이자 마감인 1층의 40cm 콘트리트 벽체는 2층부터는 20cm 두께의 구조 벽으로 바뀐다. 나머지 20cm는 단열재와 벽돌로 채워(8cm 단열재와 3cm 빈 공간, 그리고 9cm 벽돌) 전체적인 두께를 맞췄다.
이처럼 두 개의 재료는 동일한 면에서 만나게 되면서 매스의 일체감을 드러낸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족’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드는 1층은 다이닝룸이자 응접실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초대형 거울 역할을 해주는 커다란 창문과 그 너머 작고 사랑스러운 뒷마당은 마스크를 벗고 바깥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우리만의 셸터이다.
뻥 뚫린 거실에 ‘야금야금’ 뚫린 창문으로 이렇게 빛이 쏟아져 들어올 줄은 미처 몰랐다.
지금은 네 살짜리 독재자의 점령지에 가깝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이 집도 아이도 나누고 공유하는 법을 배우며 자라나리라.
3층은 안방과 분리된 형태의 화장실을 계획했고, 계단 옆 복도에는 냉장고를 두었다.
우리 부부가 주로 밤에 머무르는 3, 4층은 한데 묶어 실질적인 집의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1층은 노출콘크리트와 하얀색 벽 마감으로 인해 삭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루와 나무 식탁의 차분한 톤 덕분에 단정하고도 단란한 느낌이다.
4층은 온전히 우리 부부의 서재 겸 취미 공간으로 채웠다. 가장 끝 공간에는 나보다도 나이 많은 친정아버지의 책상과 남편의 새하얀 새 책상이 각각 자리를 차지했다.
4층에서 음악을 들으면 계단을 따라 1층까지 은은하게 울려 커피향처럼 퍼지는 느낌이 좋다.
이 집의 주인공은 ‘계단’이다. 이사 후 본격적인 생활이 시작되면서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1층에서 올라오는 아이의 모습을 4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며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그 특별한 계단실은 우리를 분리해주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영리한 중재자가 되어주었다. 안방이 있는 3층 계단참에 앉아
2층 거실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1층 주방에서 계단을 향해 ‘이제 내려와서 다들 식사하세요!’라고 소리치면 각층 구석구석
숨어있던 식구들이 슬며시 내려오는 것도 ‘계단’이라는 느슨하고도 효과적인 연결고리 덕분이다.
1층은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로비이자 다이닝룸이다. 계단실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가족만의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비록 작지만 뒤편으로 아담한 정원이 자리한다.
남동향의 긴 창문은 한 낮의 햇빛을 적절히 거실에 쏟아내준다.
계단 너비는 세 명이 함께 앉아 있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
계단실은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해줌과 동시에 홀(hall)과 같은 느낌을 연출해준다. 곡면을 내기 위한 세로 선이 살아있는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외벽과
1층에서 비롯된 이 집의 분위기를 4층까지 일관되게 이어간다.
네 살 아이에게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가 되었다.
두 살림을 하나로 합치는 바람에 많은 짐을 버리고 정리해야 했다. 애초에 새 가구 구입은 최소화하고 기존 집에서 쓰던 가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활용도를 높이려 계획했다.
그런데도 입주 후 가구 배치 계획은 바뀌었고 심지어 정든 가구들이 대형폐기물로 버려졌다. 건축주의 바람이 도면에 정교하게 그려져 시공되지만,
결국 살아가며 손때가 묻어야 진정 우리 집이 되는 것이다.
이제 입주한 지 두 달 남짓이지만 집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긴 길이가 나선으로 압축된 이 집의 주인공.
바쁜 아침 시간에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샤워와 세면대, 욕조를 분리했다.
새집이되 새집 같지 않은 아늑함이 있기를 가족은 희망했다.
빨래바구니와 두 종류의 휴지통, 그리고 냉장고까지. 어지간해서는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없다.
‘천장고가 높을수록 아이의 꿈이 크게 자란다’고 굳게 믿고 있는 부부는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천장을 계획했다. 단조로움을 줄이고
서재다운 느낌을 주기 위해 톤 다운된 푸른색 포인트 벽을 만들었다.
동네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덕에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옥상은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가족들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옥상은 실내의 계단과 더불어
아파트에서의 생활과 가장 대별되는 공간이라 할 만하다.
덤으로 다락 공간에 만화책을 잔뜩 쟁여두었다. 망루와 같은 그 공간에서 모든 식구의 동향을 감시하며 딴짓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화단의 나무가 더 푸릇해질 봄, 옥상에서 지인들과 함께 시원한 음료를 마실 여름, 앞집 감나무에 감이 열려 계단실의 정사각형 창문이 근사한 액자로 변신할 가을이 기대된다.
마음껏 방방 뛰면서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의 쿵쾅거림과 어둑어둑한 시간에 리코더를 빽빽 불어 대도, 벽에다 선반을 다니 그림을 거니 하면서 연신 울려대는 드릴 소리를
우리 가족과 이 집만이 알고 있는 일이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집 앞에서 눈을 쓸거나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며 이웃과 인사말을 나누는 것이 아직은 살짝 어색하지만,
오래된 감나무에 마지막 남은 까치밥을 따서는 어린 아들에게 안겨주시는 이웃과 함께 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천장 - 삼화페인트
아이생각 / 바닥 - 노바마루 B시리즈
브라운리버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바스코리아 로이스
주방 가구 ≫ 이케아
거실 가구 ≫ 이케아 피엘킹에
조명 ≫ 우메이(다이빙홈 수입 거실 펜던트,
다운라이트 - DVOLADOR Tammy
Light)
계단·난간 ≫ 멀바우 + 평철난간
현관문 ≫ 이건창호 AL 시스템도어(43㎜
삼중유리, 미스트처리, 도어락 및 도어체크
포함)
방문 ≫ 예림도어
블라인드 ≫ 창안애 우드블라인드, 휴안
RGB 방수블라인드
데크재 ≫ 보현석재 까르미데크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강동구
대지면적 ≫ 74.20m2(22.44평)
건물규모 ≫ 지상 4층
거주인원 ≫ 4명(부부, 자녀1, 어머니)
건축면적 ≫ 40.28m2(12.18평)
연면적 ≫ 114.76m2(34.71평)
건폐율 ≫ 54.29%
용적률 ≫ 154.66%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12.8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외벽 - THK80 PF보드 / 지붕 -
THK200 압출법보온판 특호 / 바닥 –
THK180, 30(층간) 압출법보온판 특호
외부마감재 ≫ 외벽 - 노출콘트리트 면
정리, 치장벽돌(브릭코 백고벽돌) / 지붕
- 컬러강판
담장재 ≫ 4″ 시멘트블록
창호재 ≫ 살라만더 PVC
시스템창호(블루에볼루션82, 에너지등급
1등급, 47㎜ 삼중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설비 ≫ ㈜미래이앤지
구조설계 ≫ ㈜모아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 박정(현장관리인
010-4087-6870)
설계·감리 ≫ 노트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건축가 손영일, 김아론_ 노트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노트아키텍츠(KNOT ARCHITECTS) 건축사사무소는 손영일과 김아론에 의해 2020년에 설립되었다. 이들은
2013년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후 함께 팀을 이뤄 여러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KNOT’가 지닌
뜻처럼 설계를 통해 건축 행위와 관련된 사람, 대지, 재료, 법규, 자본, 시공 등을 체계적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최근에는 평창동 다세대주택, 신영동 다가구주택, 테마형 매입임대 사업 등을 작업 중이다.
02-883-0425 | www.knotwork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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