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결 위에 앉은 고요 양산 지산리 주택 > HOUSE


2025.11.11 10:43

땅의 결 위에 앉은 고요 양산 지산리 주택

  • 관리자 14시간 전 2025.11.11 10:43 HOUSE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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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름길과도 같은 대지. 오래된 원시림 안으로 들어선 듯,

세상의 소음이 차단된 곳에 그 고요한 풍경을 시선으로 담는 집이 단아하게 피어났다.

또렷한 취향과 땅의 물성을 한데 엮어낸 사례에 대한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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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없이 바로 본론으로,

암순응을 하듯 읽어낸 땅 

지산리 주택은 통도사 인근, 천성산이 우뚝 솟아 있고 뒤로는 영축산이 펼쳐진 곳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동네는 제법 번화한 ‘사하촌(寺下村)’에 비해, 마치 오래된 원시림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한적하고 그윽한 분위기다. 근처에 통도사 대웅전 쪽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연결된 지름길이 숨어 있는데, 마치 서론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다. 

보통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하고 그들의 삶을 담는 그릇을 구상하려면 서로 오랜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런데 이 집의 경우는 건축주의 취향이 뚜렷하고 원하는 바가 

분명해서, 마치 땅의 느낌과도 같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건축주는 우리가 예전에 현대적인 경량목구조 방식으로 한옥의 전통적인 느낌을 살리며 설계했던 <금산주택>처럼 단아하고 동양적인 

집을 원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집, 주방과 거실은 넓고 높은 공간으로 꾸미고 집의 모든 방향으로 다양한 정원을 배치하고 싶다는 것이 전부였다.

전통적인, 한국적인 건축은 어떻게 구성하는가? 몇 년 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대학에서 우리의 작업과 한국의 건축을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건축에 있어 땅이 아주 중요한 인자

이며, 한국 건축에서 땅과의 관계가 더욱 특별하다는 것이었다. 강연이 끝나자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 첫 질문은 “도대체 왜 건축에서 땅이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히려 반문했다. “왜  

땅이 중요하지 않은가?” 평원이 대부분인 미국 사람들에겐 땅의 특별함이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22만 k㎡의 면적 중 산지가 70% 정도 되는, 말하자면 주름이 많은 땅이다. 주름을 펼치면 표면적이 무척 넓어지는데, 세월이 쌓이며 땅의 자아도 견고해졌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하

고 연교차가 50℃를 넘나드는 기후를 대비하며 건물을 짓다 보니, 오랜 시간에 걸쳐 땅을 존중하고 경외하는 건축관이 생겨났다고 답변했다.

땅을 읽는 일은 마치 어두운 극장으로 들어가서 어둠에 눈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천천히 둘러보니 영축산의 우람한 골격이 든든하고, 서쪽으로는 잘생긴 소나무 군락이 에워싸고 

있어 평온하고 고요했다. 산과 산이 마주 보는 시선을 방해하지 않고, 오래된 숲과 구릉과 조화를 생각하며 무겁지 않게 집을 얹었다. 모든 방이 남향이 되는 일(一)자로 된 길고 얇은 집은, 우리에게 너

무나 익숙하다. 누구나 기억의 한켠에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민가의 형태이기도 하다.  

거실과 마당의 경계에는 툇마루를 배치하고, 외장은 회벽 느낌의 스터코로 단순하게 마감했다. 얇고 긴 구조목으로 형성된 서까래는 본래의 한옥에 비해 어쩔 수 없이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내

부는 중목구조의 느낌을 살려 두껍고 단단한 기둥들을 배치했다. 앞뒤의 전망이 훌륭한 2층에는 지붕 아래 마루 공간을 두어 먼 풍경까지 시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은 그 풍경들이 서로 건너

 

다니는 통로가 되었고, 집을 둘러싼 자연과 정원이 이 집의 실제 주인이 되었다. 글 : 노은주 + 임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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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는 높은 층고와 더불어 층을 떠받치고 있는 중목구조와 천장의 변화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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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목들이 이루는 선과 계단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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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부 옆에는 미닫이 문으로 작은 방을 두어 활용한다. 옆으로 난 작은 창이 출입 동선에 빛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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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들. 툇마루 공간이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주며 건축주가 가꾼 정원 풍경에 여유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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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만 보이는 단정한 지붕선은 고유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목재의 물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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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지붕 속에 감춰진 누마루의 모습. 지붕선의 겹침이 만들어낸 독특한 형태는 마치 프레임처럼 주변의 풍광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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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결 위에 앉힌다는 의도처럼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단정하고 익숙한 주거의 형태를 갖춘다. 안으로 들어서 눈길을 옮길수록, 대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단아한 

한옥 양식이 집의 고유한 존재감을 만든다. 

 

 

대지위치 

경상남도 양산시

대지면적 944㎡(285.56평)

건물규모 지상 2층

거주인원 4명 (부부, 자녀2)

건축면적 155.79㎡(47.13평)

연면적 199.47㎡(60.34평)

건폐율 16.50%

용적률 21.13%

 

HOUSE PLAN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중목구조 

|  단열재 : 그라스울 48K  

|  외부마감재 : 벽 - 외단열시스템 / 지붕 - 평기와  

|  담장재 : 석재블록  

|  창호재 : 융기 시스템창호  

|  조경 : 건축주 직영  

|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벽지 마감 / 바닥 – 원목 마루  |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  방문 : 제작도어  

|  데크재 : 현무암 30T, 방킬라이 19T  

|  감리 : 가온건축  

|  설계 :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이성필, 손성원, 김래연  

 

건축가 임형남,노은주 : 

가온건축사사무소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8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 여기”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면서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을 추구하며, 한국의 지역성과 건축의 현재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사협의회(ARCASIA)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나무처럼 자라는 집》《건축탐구 집》 등 17권을 집필하였

고,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에 건축칼럼을 집필하였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한 바 있다. 

02-512-6313 | 

www.studio-ga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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