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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11 페이지 | 전원주택 정보의 모든 것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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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머무는 즐거움, 카페 에그로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은 한적한 도로변, 하얀 건물 한 채가 놓여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진한 커피 향은 그곳이 카페임을 짐작게 한다.에르고 커피 내부 전경길 건너에서 바라본 단층의 카페 전경커피와의 인연에그로 커피 이정빈 대표가 커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13년 전. 그리 거창한 계기는 없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던 때였다.“2006년이니 꽤 오래전 일이네요. 그때만 해도 커피 체인점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프랜차이즈화를 생각하고 서울 홍대 앞에 ‘1호점’이라 할 수 있는 카페 하나를 오픈했어요. 당시 24시간 문을 열었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되었죠. 그러다 보니 건물주로부터 가게를 뺏기다시피 쫓겨나게 되었고요.”ELEVATION외관은 가장 단순한 형태를 취해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다. / 건물 뒤편에 놓인 넓은 데크.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의 물소리에 반해 이곳에 카페를 짓게 되었다고.따뜻함이 녹아든 카페 내부. 데크와의 연결부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두 공간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HOUSE PLAN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 대지면적 ▶ 660m2(200평)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98m2(60평) | 연면적 ▶ 198m2(60평)건폐율 ▶ 30% | 용적률 ▶ 30%주차대수 ▶ 10대 | 최고높이 ▶ 4.8m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벽), 무근콘크리트(지붕)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20mm외부마감재 ▶ Sto 외단열시스템내부마감재 ▶ 미송합판, 파벽돌, 수용성 에폭시, 던에드워드 친환경페인트담장재 ▶ 디자인 블록 쌓기 | 창호재 ▶ 폴딩도어데크재 ▶ 방부목 구조재 38mm설계·시공 ▶ 에그로 커피(EGRO COFFEE) 이정빈 010-6377-6255 bean0725@hanmail.net에그로 커피 원두로 만든 라테와 당근케이크 / 화장실은 선명한 오렌지와 블루 컬러를 입혀 포인트를 주었다. 카페 인테리어는 목재와 파벽돌로 아늑함을 살렸다.본인이 직접 설계·시공한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이정빈 대표. 많은 이들이 이 공간에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러 상황이 겹치며 상처받은 그는 결국 커피 관련 일을 접었다고 했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제주에서 건축업을 시작했지만, 그조차도 잘 풀리지 않았다. 쉴 곳이 필요해 다시 찾게 된 것이 바로 지금의 ‘에그로 커피’. 돌이켜보면 커피 향이 머무는 공간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삼고 싶었던 것 같다는 그다.다시 일어선 만큼 작은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도심을 벗어나 전원에 마련하는 카페였기에 건축적인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길을 가다 기대 없이 우연히 들렀지만, 나갈 땐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길 바랐어요. 그저 단순한 카페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죠.”PERSPECTIVE PLAN(1F – 198㎡) ①주차장 ②옥외데크 ③카페 홀 ④카운터 ⑤입구 ⑥창고 ⑦화장실 높은 층고의 천장까지 길게 이어진 세로창은 바깥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카페, 그 너머의 공간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더하는 양평 용문사로 가는 길. 경치 좋은 그곳에 에그로 카페가 자리한다.“아무래도 카페는 다른 상업공간에 비해 인테리어가 중요해요. 그래서 내·외부 모두 누구나 좋아할 수 있도록 심플함을 콘셉트로 잡았고요.”자연과 어우러지고, 동시에 그 속에서 돋보일 수 있게 건물은 직선적인 형태와 화이트 컬러로 단순하게 표현했다. 반면, 내부는 들어왔을 때 편안함이 느껴지도록 노출형 천장을 피하고 목재와 파벽돌을 사용해 따뜻한 공간을 완성해주었다. 필요에 의해 천천히 꾸민 공간이 그렇듯, 에그로는 거추장스럽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가 되어준다.심플한 건물이라 출입구 부분만큼은 각도를 조금 틀어 외관에 변화를 꾀했다. 화장실과 이어진 벽면에는 그동안 모아둔 빈티지 아이템을 놓아 밋밋한 공간에 재미를 더했다.깔끔하게 정돈된 카운터 쪽 모습“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향과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시각적인 기쁨도 누린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커피도 마시고, 그림도 감상하고, 조용히 책도 읽을 수 있는. 힘들 때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즐거움으로 마주할 수 있는 복합 공간 말이죠.”이 대표는 현재 건물 옆 200평의 대지에 갤러리와 베이커리를 지을 계획이다. 이미 설계안은 나왔고, 4월에 착공해 6월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람들이 다양성을 바라는 만큼 다른 여러 가지 문화 형태와 결합한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좋은 땅에 이런 장소를 많이 선보이고 싶습니다.”질 좋은 커피, 아늑한 분위기, 한적한 자리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보내는 시간. 그 찰나는 이곳, 에그로 카페에서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이다.취재협조_에그로 EGRO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255 www.egrokorea.com취재_김연정|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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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가든 디자이너가 찾은 제주 정원
봄 같은 겨울을 찾아 제주도로 떠났다. 모든 식물들이 녹색 빛을 잃고 겨울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지금, 제주는 수선화와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동백은 절정을 이룬다.혹자는 제주를 ‘정원을 위한 천국’이라고 말한다. 한겨울에도 영상을 유지하는 해양성 기후 탓에 육지에서는 한해살이, 또는 실내 식물로 키우는 화초가 제주에서는 씩씩하게 사계절을 난다. 라벤더, 로즈마리 등의 허브들도 겨울을 넘겨 두툼하게 가지를 살찌우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서귀포 남쪽의 한 개인 정원에서 겨울을 모르는 꽃들을 만났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다시 싹을 틔워 올려, 1월의 정원에도꽃과 파릇한 새싹들을 볼 수 있다. 제주에서 한걸음 일찍 맞는 봄, 그 정원 답사길을 함께 한다.서귀포 베케 정원©김봉찬‘베케’는 제주말로 ‘밭의 경계에 아무렇게나 두텁게 쌓아놓은 돌무더기’라는 의미로, 제주 출신으로 정원 디자인 작업을 하는 김봉찬 작가의 정원과 카페다. 그는 평강식물원, 백두대간 수목원 등에서 암석원, 습지정원 작업을 주로 해 왔다.베케 정원은 이전의 귤 밭에서 나온 돌로 중심에 낮은 담을 쌓고 이끼, 고사리, 사초류를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카페에 앉아 큰 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보면 종자로 키운 목련, 사람주나무, 노각나무, 비파나무의 아름다운 형태가 돋보인다. 건축물은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와 협업한 공간으로 제주의 정서와 예술가의 살아있는 감각이 정원과 하나가 된 듯하다.협재리 한형수 정원직접 찾아가 보면 개인의 이름을 정원에 붙인 의미를 알 수 있는 곳. 전주인인 한형수 씨가 혼자 힘으로 일군 정원이 이제는 카페와 함께 일반인에게 소개되고 있다. 위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담장이 파도 무늬로 이어지고, 내려가서 보는 정원은 제주 바다를 연상케 한다. 2천여 평의 정원에 돌 하나, 나무 하나도 허투루 둔 곳 없고, 제주 먼나무와 보리수, 참꽃나무 등이 풍경을 이룬다. 다양한 각도에서 정원을 바라보고 식물을 살피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한림공원 수선화 정원협재리에 있는 한림공원은 협재 동굴, 민속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매해 1월이면 수선화 축제가 시작되어 50만 송이의 꽃무더기가 장관을 이룬다. 제주 해안에서 자생하는 두 종류의 수선화(금잔옥대와 몰마농)를 볼 수 있고, 2월에는 매화축제가 이어진다. 1월 중순을 넘어가는 시기엔 막 피어나는 매화꽃 사이로 달콤하고 그윽한 수선화 향기가 정원 전체에 가득하다.비오토피아 수풍석(水風石) 박물관©이대길©이대길방주교회, 본태박물관 옆에 자리한 비오토피아 안에는 오름의 곡선에 따라 수풍석박물관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물과 제주 환경을 살린 생태정원의 조화가 일품이다. 물, 바람, 돌을 주제로 만들어진 이곳은 명상의 공간으로 좋으나 모든 방문은 예약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 이루어져 오래 머물기는 힘들다.휴애리자연생활공원한라산 자락의 위치한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제주다운 풍경과 향토색을 짙게 느낄 수 있는 곳. 11월 중순 동백 축제를 시작으로 2월의 매화축제, 4월의 수국축제가 이어진다. 1월에는 동백이 절정을 이루고, 매화도 여기저기서 향기를 내며 피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자녀들과도 찾기 좋다.화가의 개인 정원제주의 자연을 가장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제주에 정원을 가꾸는 일일 것이다. 제주 태생인 집주인 강금희 씨는 매일 정원에 나가 몇 시간씩 식물들을 살피고 흙 작업을 한다. 한겨울에도 여기저기 싹이 돋아나고 여름에 피었던 꽃들이 다시 피어나 겨울에도 정원을 돌보는 기쁨을 즐긴다고. 오래된 동백나무와 귤 창고가 운치를 더하는 이 정원에서 시간 나는 대로 꽃과 여인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며 정원 생활을 즐기고 있다.제주 자연 그대로를 정원으로 즐긴다제주 관광지도를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관광지와 카페, 공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역시 제주의 진면목은 자연에서 나온다. 드라이브 중 차를 세워도 충분할 만한, 몇 곳의 감상 포인트를 소개한다.어음리 목초지기존에 목장이던 이곳은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잡초가 없는 넓은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곳곳이 갈대와 키 작은 나무 군락이 자리를 잡아 믿기 어려운 멋진 풍광을 만들어준다. ©이대길서귀포 공천포 해변겨울에도 검은 바위에 녹색 이끼가 자리 잡아 봄날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만날 수 있다.한라산 1100고지 습지제주시와 서귀포시 중문동을 잊는 1100도로의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습지. 람사르 습지에도 등록된 이곳은 현무암 바위와 오래된 아름다운 나무를 둘러보며 자연이 주는 감동을 사계절 느낄 수 있다.가든 스타일리스트_김원희‘엘리 그린앤플랜트’의 대표로 개인 정원을 비롯해 패션쇼, 카페, 테라스, 매장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디자인한다. 2016년 경기정원박람회 ‘나도 정원해 볼까’ 정원 설치, 2017년 ‘경복궁 민속박물관 서울컬렉션 패션쇼’ 식물 무대 디자인, 2018년 일본 World Garden Flower Show 최우수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다. 다수의 가드닝 강의를 진행하며 최근 첼시 작가들의 대표작을 엮은 『세계의 정원 디자인』을 출간했다.http://instagram.com/wonheekim33구성_이세정 | 사진_김원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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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지구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의 '주택 정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밤하늘을 볼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랫말이다. 우주를 마주하는 방대한 꿈을 담은 이 정원에는, 진짜 계수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쉼터가 자리한다. 지구에 여행 온 기분으로 산다는 정원주는, 이곳을 갤럭시 정원이라 부른다.계수나무 아래 서서 마주하는 풍광. 하늘과 닿은 원형 정원이 과감하게 펼쳐진다. 꿈꾸던 정원을 위한 완벽한 조건손희전 씨는 나이 예순을 앞두고 남편에게 통 크게 외쳤다.“지금껏 아내로, 엄마로 열심히 살았으니, 나의 환갑 선물은 ‘전원생활’로 받겠어요!”서울 한복판, 33년을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온 그녀는 빽빽한 도시 일상에서도 자연을 놓지 않았다. 사시사철 꽃을 가꾸고 100여 개가 넘는 장독을 닦으며 꿈꿔 온 전원생활. 남편 방형린 씨도 그런 아내의 속내를 알기에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부부는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으로 들어왔다. 땅을 알아보고 집을 짓기엔 시간이 부족해, 풍광 좋은 주택 매물을 알아보다 3시간 만에 계약한 집이다.원형 잔디 주위로 라벤더와 지피류, 키 큰 블루엔젤을 심었다. 웰컴 정원의 물확에는 법륜사 스님이 나눠주신 꽃 창포를 두었다. 그녀에게 건물은 2순위였다. 단지 가장자리 높은 부지라 전망이 최고였고, 집 앞으로 펼쳐진 마당은 빈 도화지 같았다. 서울집에서 세간을 옮기다가, 마당 한끝에 전주인이 만들어 놓은 토굴까지 발견했다.“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집이 아닌가 했어요. 다만, 잔디에 소나무가 전부인 정원이라 봄이 되면 다시 꾸밀 계획을 했지요. 겨우내 고민할 시간이 있어, 오히려 행운이었어요.”Gardener's Tip | 정원은 지금을 즐기며 미래를 담는 것● 정원은 네모반듯한 땅보다 각지거나 부정형이 좋다정원에도 집처럼 방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각이 있고 들쑥날쑥한 땅은 다양한 모양의 방을 만 들 수 있다. 건물을 배치할 때 각을 조금 틀어 보는 것도 좋다.● 좋아하는 나무 한 그루는 꼭 심자전형적인 회양목이나 철쭉을 준공용으로 심는 것보다 나무 하나, 초화류 하나라도 내 마음에 드는 식물을 심으면 정원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 자신만의 가든 타임을 정해 보자정원을 놀이터라 생각하고, 정원이 없을 때 해보지 못했던 야외 놀이를 매일 달리 해 본다. 화로대 불놀이, 골프 퍼팅 연습, 아이와의 모래놀이 등이 있다.● 식물의 죽음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자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죽을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건 언젠가 스러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 그때는 ‘지금까지 즐거움을 줘서 고마웠어’라고 인사하고 애정을 담아 잘 보내주면 된다.지난여름, 혹독한 더위에 제법 시달렸던 라벤더가 가을까지 남아 제 색을 뽐낸다. 정원 구석에는 텃밭을 갈무리하고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외부 수공간을 제작했다. 노출콘크리트 주택에 맞춰 마감재를 택하고, 조명 시설도 빼놓지 않았다. 정형화된 정원의 메이크오버푸르네 이상현 정원사와 미팅을 시작한 때도 한겨울이었다. 첫 만남에서 ‘우주인을 위한 정원’이라는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한 주제를 내놓은 그녀에게 정원사는 한참만에야 화답을 가져왔다. 우주라는 광활한 콘셉트를 어떻게 정원에 녹여내야 할지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 그렇게 봄까지 설계 작업이 이어지고, 땅은 6월이 되어서야 맨살을 드러냈다. 소나무 위치를 옮기고 토양을 개량하는 기초 작업들을 마친 후,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정원의 메인은 두 곳으로, 계수나무 벤치 공간과 주방과 이어진 선룸이다.(위쪽부터 우측 순으로) 대지에 하는 정원 스케치 / 갤럭시 정원 조성 과정 / 선룸과 바닥 데크 공사 / 2층 테라스에서 내려본 풍경 출입구는 처마 아래 넓고 낮은 데크를 내고 대형 화분으로 연출했다. 이 정원사는 “핵심 공간을 어디에 둘 것인지 먼저 결정하고, 거기서부터 정원을 펼쳐놓는 식”이라며 “산자락 아래는 원형 잔디의 갤럭시 정원으로, 생활과 연계한 곳은 선룸에서 확장된 정원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한다. 선룸은 벽체 일부를 철거하고 구조 보강을 한 후, 두 면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새로 만들었다.이를 둘러 넓은 목재 데크를 배치하고 단차로 나눈 정원은 데크목 계단으로 걸음을 안내한다. 방부 처리하지 않은 목재를 사용한 덕분에 주방에서 선룸, 데크에서 잔디마당까지 모두 맨발로 오간다. 바닥의 경계는 있지만, 동선에 전혀 걸림이 없는 자유분방한 정원이다.정원에 필요한 설치물들은 고목과 주춧돌, 물확 등 전통 소재로 채웠다. 갤럭시 정원의 고목 5개는 장부촉을 그대로 드러내며 서 있고, 주춧돌은 공간의 경계를 채우며 자체로 멋진 작품이 된다.목재 데크 주변으로 물빠짐이 좋은 흙을 두고 다육식물과 야생화를 심었다. 정원사가 빈터로 남기고 간 웰컴 정원은 건축주의 스타일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장미는 뻗어 나가는 길을 수형에 맞춰 잡고, 제때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다. 키 큰 계수나무와 블루엔젤, 100년 된 주목, 분재처럼 키우는 복숭아나무는 새로 심고, 희전 씨가 22년을 함께 한 소나무도 이사를 왔다. 나무를 심을 때는 집 안의 모든 창에서 식재 지점을 내다보며 위치와 수형을 잡아 나갔다. 잎이 무성할 때와 꽃이 필 때, 겨울의 풍경까지 고려해야 했다.지난 6월 말, 1차 공사를 마치고 8월이 되어 초화류와 지피류를 심었다. 갤럭시 정원은 라벤더를 주종으로 하고, 고목과 울타리에는 다양한 장미를 넝쿨 지었다. 이 외에도 이웃집 초화를 얻기도 하고 마을길에 떨어진 싸리 씨를 그대로 심기도 했다. 상사화, 작약, 목단도 그렇게 채워졌다. 차와 효소를 만드는 수레국화나 백련초, 음식 재료가 되는 방아잎과 두메부추 등 관상은 물론 쓰임이 있는 식물도 한가득이다.부부 침실에서 마주하는 창가 풍경. 22년간 키워 온 소나무가 바로 마주한다. 출입구 너머 텃밭. 희전 씨는 물을 자주 주기보다, 내성을 키우며 기르는 것이 좋다고 귀띔한다. 출입구 우측에는 웰컴 정원이 자리한다. 정원사는 이 땅을 구획만 해 두고, 식재를 구성하진 않았다. 건축주가 직접 식물을 선택하고 심고 가꾸는 빈터가 꼭 있어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얼마 전, 남편 사업차 외국 손님들이 방문했어요. 그날의 파티를 기념하며 웰컴 정원에 멋진 장미나무를 심고 각자 이름표를 매달았죠. 다들 얼마나 좋아하던지요.”정원사의 철학이 부부의 기쁨으로 이어진 예다. 정원에 도통 관심 없던 남편도 어느새 전지가위를 들고 마당으로 나서 아내를 놀라게 했다. 정원사가 선물한 장미 전문서도 들춰보기 시작했다고. 그녀만의 아틀리에는 이제 부부의 놀이터로 변신하는 중이다.건축주 인터뷰“나의 하루는 자연에 응답하는 시간”이 넓은 정원을 혼자 가꾸는 데 힘이 달리지 않나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움직인다. 온종일 퐁당퐁당 손과 몸이 바빠도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요리하고 장독을 채우는 일은 얼마나 큰 잔치인가.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이 사람 사이에 쓰이지만, 정원이나 텃밭을 보면 진짜 절실하게 느낀다. 나날이 새순을 틔우고 줄기를 뻗치며 열매 맺는 재미가, 바로 새로운 초록 자식 농사다.정원을 만들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누구에게든 새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한다. 정원 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들도 다 애칭을 만들어 불렀다. 이성현 정원사에게는 ‘이오’라는 새 이름을 선물했는데, 지금 호로 쓰고 있어 더 기쁘다. 무더위를 견디며 작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다 감사하다. 나무를 사고 화분을 고르며 식재를 하는 전 과정을 함께 해 줬다.이 정원이 어떻게 쓰였으면 하나가끔 남편이 본인 공간 하나 없다고 투정하기도 하지만, 나의 아틀리에라 생각하고 만든 곳이다(하하). 아래 터는 더 가꿔 작은 과수원을 하고, 옥상에는 별을 보며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도 만들고 싶다. 도예, 퀼트, 염색, 규방 공예까지 평생 만들어 온 것들을 집과 마당에 전시할 수 있는 나만의 갤러리로 꾸미고 싶다.초보 가드너에게 조언하고픈 말이 있다면나의 삶의 모토는 ‘지구 100배 즐기기’다. 늘 지구에 놀러 왔다는 생각으로 산다. 뭐든 호기심을 갖고 도전해 보면 좋겠다. 꽃 하나를 애써 피울 때 얻는 기쁨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간 블로그를 운영하며 정원을 가꾸고 텃밭 작물로 요리하는, 2천 개가 넘는 글을 올렸다. 정원에서 얻은 기쁨을 기록하는 것도 내 역사이자, 큰 낙이다.건축주 블로그 http://blog.naver.com/usher5858정원 디자인&시공_이성헌 대표 정원사[푸르네]정원이 일상의 놀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립한 ‘푸르네’의 대표 정원사로 가든 디자인과 시공은 물론 정원 문화와 관련된 교육과 행사 프로그램 등을 이끌고 있다. 산림청 정책자문위원(2018~2019)과 ㈔한국원예복지협회 이사, ㈔정원문화포럼 이사, ㈔한국마스터가드너 부회장 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2016)』, 『정원사용설명서(2016)』 등이 있다. www.ipurune.com취재_이세정|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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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가우디가 설계한 '팔라우 구엘(Palau Güell)'
집을 짓기 전, 책으로만 보았던 명작 주택을 직접 경험하고 온 건축주. 6개월 동안 유럽 곳곳에서 만난 명작 주택은 ‘왜 집을 짓는가’라는 그의 물음에 명쾌한 해답이 되어 주었다. 건축주 입장에서 꼭 필요하다는 명작 주택에 관한 직·간접 경험. 그가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로 대신해보자.INFORMATION | 팔라우 구엘, 1988년作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 중 하나로, 1885년 건축을 시작해 1888년에 대부분 완성했다. 1984년,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주소▶ Carrer Nou de la Rambla, 3-5, 08001 Barcelona, Spain 오픈 시간 및 정보▶ 겨울 시즌(1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 오전 10시 ~ 오후 4시 30분 여름 시즌(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 오전 10시 ~ 오후 7시 공휴일 및 휴관일은 홈페이지(www.palauguell.cat)에서 반드시 확인하시길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에게 가장 많은 일을 의뢰한 건축주이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후원자였다. 가우디는 팔라우 구엘(Palau Güell)의 설계와 건축을 진행하면서 구조물과 장식물 등에 많은 예산을 지출했다. 이를 본 구엘의 재산 관리인이 가우디가 너무 많은 돈을 쓴다 보고했고, 이를 들은 구엘은 “가우디가 내 집을 짓는데 그것밖에 들이지 않느냐”며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 주었다고 한다.람블라스 거리(Las Rambles) 옆 골목에 자리한 팔라우 구엘건물을 짓는 일이란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 땅을 매입하고, 그 목적에 맞는 설계를 의뢰하고, 좋은 자재로 시공하고, 적절한 장식과 가구를 배치하는 등, 이 모든 과정에서 건축가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기능과 미를 동시에 충족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구엘처럼 큰 비용을 지원하며 건축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땅이라는 스케치북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건축주.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젊은 건축가에게 일생의 인연일 것이다.나도 건축주로서 내 집과 전원주택 단지 설계를 의뢰할 때 비용과 디자인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목적과 계획, 콘셉트는 건축주가 만들더라도 설계만큼은 건축가를 신뢰할 때 더 좋은 디자인이 탄생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역시 같은 면적이라도 좋은 디자인의 건축물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바르셀로나의 사업가 저택의 결과물은 어떠한지 대지부터 하나씩 살펴보자.골목에서 올려다본 팔라우 구엘의 외관과 옥상에 있는 다양한 형태 및 색의 굴뚝대지와 건물의 관계성팔라우 구엘은 카탈루냐(Catalunya) 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는 중심 거리인 람블라스 거리(Las Ramblas) 옆 골목에 위치한다. 카사 바트요(Casa Batlló)와 카사 밀라(Casa Mila)가 있는 그라시아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의 북쪽에 있는데, 그곳의 도시 계획은 바둑판처럼 이루어져 있는 반면, 남쪽으로 내려가는 람블라스 거리의 건물들은 구도심처럼 골목이 좁고 낡은 느낌이다. 실제로 거리를 걸으며 본 빈민들도 이쪽에 더 많았다.골목을 지나 마주한 팔라우 구엘은 마치 거대한 성처럼 우뚝하니 놓여 있다. 기존 구엘이 살던 곳과 연결해 지었는데, 한 가족만을 위한 이 큰 건물은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입지적으로는 시장과 중심 거리 및 해안과 가까우므로 상가복합주택이나 호텔 등에 적합할 듯했다.메자닌 공간으로 향하는 길과 외부로 나와 지하층으로 가는 중정외관팔라우 구엘의 하층부는 진회색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중층부는 검은색 발코니 창이 설치되어 중후한 느낌을 준다. 이 창들이 있는 곳이 바로 메인 층의 갤러리 공간이다. 그 위로 상층부는 가족들이 머무는 공간과 다락이 놓인 장소로, 밝은 베이지색의 외벽돌로 마감되었다. 붉은 원색의 창틀과 그 위 독특한 모양의 굴뚝까지 모든 마감재가 조화를 이룬다. 만약 아래층과 같은 어두운 톤으로 지붕 부분까지 마감했다면 원색의 굴뚝이 도드라져 외관의 균형이 무너졌을 것이다. 내부 구조와 기능에 따라 외부의 색상과 자재를 선정한 것이 매우 현명하게 느껴졌다.옥상의 굴뚝은 벽돌, 사암, 세라믹, 포세린, 유리, 대리석 등의 다양한 자재와 형태, 색으로 20개가 만들어져 있다. 이 굴뚝들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보일 정도로 외벽 쪽에 붙어 있다. 이는 건축주의 요청사항이라기보다는 부적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의 건강, 부, 화목 등의 상징성과 기원을 담아 디자인한 것으로 생각된다.벽돌로 이루어진 지하 공간. 카탈루냐 신화에 나오는 동물이 조각되어 있다. 오른쪽 메인 층 갤러리 공간의 천장이 멋지다. 각 실의 관계와 동선입구로 들어오면 외부를 통해 마구간의 지하로 나가는 공간과 중층인 메자닌(Mezzanine) 및 메인 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나뉜다. 벽돌로 된 굵은 기둥이 숲처럼 들어서 있는데, 동굴 같은 분위기와 검은 방범창틀 때문에 당시 교도소 같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하는 창과 구멍을 통해 빛과 공기 순환이 되도록 해두었다. 때문에 말(Horse)만 머무는 것이 아닌 사람도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벽돌 마감 아래서 비추는 조명은 오래된 벽돌 특유의 질감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고성의 느낌을 준다.메자닌 공간은 구엘의 사무실로 썼던 공간이다. 메인 층으로 가면 팔라우 구엘에서 가장 거대한 공간인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천장을 보면 옥상의 15m 높이의 탑 안쪽까지 뚫려있어 층고가 매우 높다. 천장의 돔 공간은 위쪽 층에서 창을 열고 아래와 소통할 수 있다. 이곳까지가 공적인 공간이며, 악사의 방을 제외하고 그 위층은 침실이 있는 사적인 공간이 된다. 이렇듯 각 공간은 구조로서 성격이 분리되어 있으며, 공적인 공간까지는 집주인 허용하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각 층의 기둥. 공적인 공간은 층고가 높고 사적인 공간은 층고가 그보다 낮다. 가장 오른쪽 사진은 구엘의 딸인 이사벨 구엘(Isabel Güell)의 방 메인 층 갤러리 천창. 옥상 탑의 작은 창문을 통해 중심이 되는 빛 옆으로 작은 빛이 수를 놓듯 내려온다. 층고와 각 사이즈팔라우 구엘은 ‘구엘 궁전’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대로 한 가족을 위한 성이다.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카사 바트요나 카사 밀라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특히 공적인 공간의 층고는 일반 건물의 두 개 층을 아우를 정도로 매우 높다. 층고가 높으니 같은 공간에 비해 1.5배 이상 더 크게 느껴진다.사적인 공간의 방들은 좀 더 아늑하게 천장이 내려와 있지만, 그래도 일반 방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 아니다. 방 중에서는 부부 각자의 방이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데, 대신 방의 개수는 대가족인 구엘 식구 수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이는 당시 구엘의 자녀들이 대부분 성장해 독립한 상태였고, 가끔 머물 임시 거처로만 쓰게 될 테니 방의 수를 줄인 것이다. 반면 생애 주기를 고려하여 더 오래 머무르게 될 부부의 방은 크게 만들었다.카탈루냐 깃발 색 및 캐릭터가 있는 파티션과 외부창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메자닌 층과 갤러리의 네모난 창 창과 빛메인 층 갤러리 천장의 돔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의 교회인 하기야 소피아(Hagia Sophia)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하늘에서 빛이 모여서 내려오다 보니 갤러리는 성스럽고 거룩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져 빛과 공명으로 공간을 환하게 채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팔라우 구엘의 내·외부 곳곳에 사용되었으며, 카탈루냐 깃발이나 구엘이 좋아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 속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공적인 공간에서 이러한 아이템들은 구엘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 소재로 사용했을 것이다. 즉, 건축주의 특성과 의도를 파악한 건축가가 이를 세심하게 반영해준 결과로 여겨진다.그 외의 창은 모두 네모반듯하다. 정확하게 대칭되는 구조적인 면으로 그 무게감을 드러낸다. 외부에서 본 갤러리 창이 진회색 벽체에 직사각형과 검은 철제 장식으로 무게감을 준 것과 같은 통일성을 보여준다.공적인 공간의 화려한 천장 장식 및 갤러리안 벽체. 금색으로 코팅된 장식에 봉의 끝에는 갖가지 색의 보석으로 꾸몄다.내부 인테리어 소품공적인 공간의 게스트룸은 매우 화려하고 디테일이 복잡하다. 이는 팔라우 구엘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구엘 가문의 위용과 부유함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이 공간들을 거쳐야만 구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과 벽체에 박힌 금장과 보석들, 화려한 조명 장식과 창틀까지도 금장으로 치장되어 있다.나무로 제작한 난간의 장식들, 같은 모티프로 만들어진 각기 다른 곳의 난간과 창문 손잡이, 철제 장식의 갤러리 조명, 검은색과 금색이 혼합된 가족실의 부가적인 디테일 반면에 사적인 공간은 디테일한 장식은 있으나 그 수가 많지 않고 벽과 천장이 비교적 단순하다. 이는 가족의 취향대로 내부를 다시 꾸밀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즉, 다른 어떤 스타일의 가구를 배치해도 공간과 어울릴 수 있게 인테리어 되었다. 다만 대리석으로만 두기에는 밋밋했는지 검은색과 금장이 같이 있는 금속 장식이 난간과 기둥을 둘러쌌다. 난간 아래와 손잡이 장식은 고사리나 풀잎 등을 모티프로 한다. 이것은 외부의 금속 장식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정문의 불사조 장식은 가우디도 참여한 카탈루냐 르네상스 문화사조의 상징이다.가시를 연상케 하는 외부 철제 장식, 옥상의 타일과 현관 입구의 내부 타일. 옥상 타일은 바르셀로나 지방의 옥상 색 규율에 따라 스페니시 기와의 붉은 색을 띤다. 현관 내부 타일은 강한 소나무 소재를 사용하여 입구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였다.이렇게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 외부 공간까지 각각의 기능성을 보여주면서도 통일성을 만들어 전체 한 건물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외부 사람에게는 압박감을, 내부 사람에게는 편안함을 줌으로써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에 따라 다른 심리를 갖게 한다. 기능과 심리를 고려하고 색감과 형태 및 배치를 결정해 완성한 팔라우 구엘은 가우디가 불과 34살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구엘의 절대적인 지지를 통해 지은 이 건물은 결국 구엘의 사업적 영향력과 편안한 가족의 삶을 동시에 만족시켰으며, 구엘 가족은 기존 집 대신 팔라우 구엘을 주 거처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주는 건축가와 소통하고 요구사항을 말한 뒤, 건축가가 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혜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은 역사적으로도 확인된다. 물론 그러한 건축가를 선택할 수 있는 건축주의 안목은 필수 요건이다.<다음 호에 계속…>글, 사진_손창완이 글을 쓴 손창완 씨는 4년 동안 집짓기와 관련된 부동산 투자, 건축, 목조주택, 설계·시공, 재료, 건축법, 부동산법을 공부하고 6개월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지의 유럽 명작 주택을 순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직접 건축주가 되어 판교에 단독주택을 짓고, 건축주 역할로 경기도에 마을을 만들었다. 책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의 저자이며, 현재 건축주를 위한 집짓기 컨설팅 및 인테리어 서비스 밈스페이스(www.memespace.co.kr)를 운영 중이다.구성_김연정ⓒ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6 www.uujj.co.kr [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집님에 의해 2019-12-17 17:15:40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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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가족의 노스텔지어, 제주 한동리 비밀의 정원
바람 많은 제주에 조성된 정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도시 생활의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나무와 꽃에 안겨 휴식을 보내는 곳. 한동리 주택의 정원은 가족에게 일생의 가장 좋은 한때를 선물하고 있다.실용과 미학, 건축과 조경의 공존아침이면 흐드러지게 핀 라벤더 사이로 마당을 거닌다. 꽃 몇 가지를 꺾어 테이블을 장식하고, 직접 딴 허브를 더해 샐러드를 만든다. 세 식구의 테라스 브런치 시간이 끝나면 마당은 본격적인 아이의 놀이터다. 재잘거리는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정원. 이곳은 제주 한동리에 자리 잡은 한 가족의 노스탤지어다.검은 흙의 밭일 때 이 땅을 보고, 부부는 무질서한 나무에 마음을 뺏겼다. 마을 안쪽 깊숙이 자리해 계절 채소를 길러내던 밭은, 못생긴 삼각형 모양에 오래된 수목이 여기저기 자리했다. 집짓기에 제격인 땅은 아니었지만, 일부러 연출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부는 기존 환경에 최대한 해가 가지 않는 집을 짓고 싶었고, 더불어 하나의 숲과 같은 정원을 꿈꿨다. 애초부터 건축과 조경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였다.현무암 판석은 바닥에 리듬감을 만들고, 부드러운 초화류와 대비를 이룬다. 주택의 두 매스 중 층고 높은 집의 앞마당 풍경작업은 이 협업이 가능한 설계사무소 ALIVEUS(얼라이브어스)가 맡았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건축과 조경을 함께 디자인하는 곳이다. 건축가와 조경 디자이너는 건물과 마당의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해 외부 공간을 계획하고, 건물을 배치할 때도 한참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집 어디에서도 나무를 가까이할 수 있도록 건물과 창의 위치를 정하고, 실내에는 중정을 두었다.초화류를 이용한 혼합식재기법얼라이브어스 김태경 디자이너는 “외부 도로에서 집의 메인 출입로로 들어오며 마주하는 공간이 특히 중요했다. 다양한 초화류가 한눈에 담기고, 보는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레 나무로 이어지게 했다”고 의도를 밝힌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조경 실무를 해 온 그는 “한 수종을 적어도 11주 이상(포인트 식재 제외) 심는 방식을 따르는데, 그중 고사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식재의 색과 질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데크길과 초화류 식재의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딸아이가 침목 벤치 위를 거닌다. 땅에 버려져있던 오래된 침목을 이용해 경계목 겸 벤치로 꾸민 출입구 정원은 초화류를 이용한 혼합식재기법이 메인이다. 라벤더를 목재 데크 양옆에 식재해 정원 전체의 컬러와 텍스처를 잡고, 이를 기점으로 색상의 대비(삼색조팝의 노란색, 백묘국과 램즈이어의 은색), 텍스처의 대비(램즈이어의 야생성, 유카의 포인트, 털수염풀의 부드러움, 주목의 거침), 볼륨의 대비(로즈마리와 주목의 볼륨감, 리아트리스의 솟아오름)를 노렸다. 이러한 대비는 모든 수종들이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해, 정원을 훨씬 풍성하게 연출한다.각종 허브류가 꽃피는 시기에는 우드 데크를 따라 보라색 라벤더, 노란색 삼색조팝, 흰색의 수국에 아가판서스 꽃까지, 온갖 색상의 꽃과 다양한 텍스처의 잎이 어우러져 시각적 즐거움은 물론 강렬한 향기도 대단하다. 꽃이 한창일 때는 길을 지나는 이웃이나 제주 여행객들이 집 앞에 멈춰서 돌담 안쪽 사진을 찍곤 하는 진풍경을 겪기도 했다.넓은 데크와 잔디가 기능적으로, 미학적으로 비례가 좋다.Gardener's Plan(위에서부터 우즉으로) 설계에 맞춰 식물 포트 위치 잡기 / 식재 직후의 모습 / 텍스처와 실루엣을 즐기는 가을 정원 / 아이는 이미 초보 가드너 Gardener's Tip | 정원은 시간이 가꾼다● 초기에는 물주기와 잡초 제거에 신경 써야많은 관리가 필요 없는 식재라도, 초기 정착 시점에는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바크나 쇄석 같은 멀칭을 통해 잡초를 예방할 수 있다.● 초화류는 간격을 넓게 심어 자리 잡도록 해야처음에는 다소 허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초화류는 간격을 조금 넓게 심는 게 좋다. 다소 힘없이 보이는 식물의 뿌리가 토양에 자리 잡고 안정되어 뻗어 나가면서 풍성한 정원이 된다. 너무 빽빽하게 심어놓으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 의도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처음 심을 때 줄기와 잎의 방향을 잘 잡아서 하나하나 방향을 앉혀가는 게 좋다.● 새로운 방식의 정원에 마음을 열어라우리나라는 잔디 위에 디딤석, 주변에는 소나무와 철쭉을 심는 획일화된 조경이 많다. 관상보다 실용적인 정원을 원한다면 허브와 초화류를 식재하는 등, 자신이 원하는 생활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다. 여러 사례를 살펴보고 자신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정원을 과감히 적용해 보자.시간이 가꾸는 변화무쌍한 정원배롱나무와 돌단풍, 잔디 등을 심은 중정 덕분에 정원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교목은 마당 동선의 축을 중심으로 좌우에 산수유 6그루를 심어 사계절 다른 모습을 감상하게 했다. 마당의 중간 기점에는 두 줄기로 뻗은 배롱나무를 두어 시선의 방점을 찍는다. 또한, 중정 안에도 배롱나무와 고사리류를 심어 실내 어디서든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이러한 설계를 구현하는데 생각하지 못한 난관이 있었다. 바로 제주라는 지역 특수성이었다. 오랫동안 토착화된 수종과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수종이 명확한 제주에서는, 다양한 식물을 구하기 힘들었다. 결국 비용 상승을 감안하고 교목과 초화류 대부분을 육지에서 들여오기로 결정하고, 수급 일정에 맞춰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은 건축주와 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무더위에 싸우며 흙을 만지는 시간은 고되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다소 색은 빠졌지만, 가을의 메마른 느낌마저 멋스러운 정원은 차츰 겨울나기를 준비 중이다. 정원이 계절에 따라 변해가도 가족은 여전히 파자마 차림으로 아침 정원을 산책한다. 다가올 겨울에는 소파에 누워 중정에 내리는 눈을 감상하게 되길. 자연이 스며드는 풍경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안마당은 침실에서 바로 내다보이는 프라이빗한 잔디정원이다. 건축주 인터뷰 | “온몸과 집 안을 휘감는 허브 향기 즐겨요.”정원에서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잔디마당과 집 사이에 깊이 2.5m의 처마가 있다. 일반적인 테라스보다 깊게 설계되었다. 가족만의 개인적인 공간으로 파자마 차림으로 선베드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식탁을 옮겨 브런치를 즐기기도 한다. 처마 덕분에 비가 오는 날씨도 즐길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그야말로 마당 있는 집의 장점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가장 애착이 가는 식물은마당에 있는 허브 종류는 모두 만족스럽다. 제주는 워낙 바람이 많은 곳이라, 여러 허브가 어우러져 나는 향기가 그만이다. 물론, 실용적이기도 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라벤더를 몇 잎 따서 베개 옆에 두고, 생선 요리를 할 때도 로즈마리로 향을 더한다. 마당의 식물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될 때 만족도가 배가 되는 것 같다.정원을 가꾸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제주도는 봄철부터 잡초의 생육이 놀랄 만큼 활발하다. 며칠 만에 들르면 잡초들이 쑥 자라 있다. 땅이 젖었을 때 어린 풀들은 손으로도 잘 뽑히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호미를 들이대야만 뿌리가 뽑히기도 한다. 아직 가드닝 초보라 예방은 못 하고 수습하기만 한다. 그래서 호미와 몸뻬 바지가 필수이기도 하다. 하하.집과 정원에 대한 소감은 이곳은도시 생활에 지친 우리 가족의 요새이자, 아지트다. 마당에 식탁을 내놓고 밥을 먹을 때마다 ‘이 시간이 우리 인생에 참 좋은 날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 집과 정원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고 가꿔가야만,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진짜 멋진 집이 될 것이다.취재협조_건축·조경 설계사무소 ALIVEUS(얼라이브어스)현대 도시를 만들어가는 건축, 조경, 도시재생, 문화 기획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 그룹이다. 오승환 소장은 건축파트 소장이며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0년 이상 국내외 프로젝트 실무를 거쳤으며, 김태경·나성진·강한솔 소장은 조경파트의 공동 소장으로서 각각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조경학 석사를 함께 졸업하였으며 각자 다른 성격의 해외 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www.aliveus.net취재_이세정| 사진_김형석(STUDIO JEJU)ⓒ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7 www.uujj.co.kr [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집님에 의해 2019-12-17 17:14:07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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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음악과 바람이 머무는 곳, 도예 작업실 1250도
아침의 가벼운 공기는 햇볕에 잘게 부서지고, 해 질 녁엔 하루의 잔향을 머금은 음악이 느리게 흐른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인생의 낭만을 빚는 도예 작가 심진태 씨의 작업실이다.테라스 너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 심진태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머무는 공간으로, 빈티지 오디오에선 늘 음악이 흘러나온다. 도자기가 탄생하는 온도“2011년 마지막 날이라 생생하게 기억해요. 가수 윤종신의 ‘이별의 온도’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마지막에 노래 제목이 뜨더라고요. 무릎을 ‘탁’ 쳤죠.”심진태 씨가 스튜디오 이름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차, 1250℃는 그렇게 탄생했다. 흙의 성질이 바뀌고 도자기가 되는 온도. 도예 분야에서는 거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말을, 그동안 누구도 쓰지 않았단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게 처음 도자기 브랜드를 론칭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여전히 1250℃라는 이름으로 도자기를 빚고 있다.무심하게 깎아낸 듯한 질감의 화병 ©심진태 / 쇼룸에 전시된 그릇들. 그가 예전부터 즐겨 써온 파란색은 쨍한 파랑에서 자연스러운 푸른빛으로 조금씩 변화해왔다. ©심진태소파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심 작가. 아침엔 출근하자마자 음악부터 튼다. 주로 재즈나 감성적인 옛 가요 발라드를 듣는다고.파주 헤이리에 쇼룸 겸 작업실을 마련한 건 작년 여름. 여러 곳을 둘러보다 처음 이 공간을 만났을 때, 창고도 없고 임대료도 비쌌지만 계약하기로 했다. 고개를 돌리면 하늘이 보이고 잔잔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는 가마와 집기, 가구와 조명 등을 들이고, 그동안 수집했던 빈티지 오디오들을 한쪽에 가득 채웠다. 발코니 앞에는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할 수 있는 작은 휴식처를 꾸렸다. 작업장을 내어주고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곳은 그가 작업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심진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물인 ‘클라우드’. 주변에 선물할 일이 있으면 꼭 이 접시를 선물하곤 한다고. ©심진태 선반을 파티션 삼은 안쪽 작업 공간에서 흙을 빚는 심 작가의 모습 / 작업실의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인 빈티지 오디오가 곳곳에 자리한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건 1950년대 말~1960년대에 나온 디터람스의 오디오들이다. 흙으로 빚은 그림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일을 했던 심 작가는 건축 설치작업을 접하면서부터 도자기의 세계에 빠지게 됐다. 스케일이 큰 작업이라 몸도 생활도 고됐지만, 학부 시절 배웠던 도예 작업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누군가의 제자로만 머물 수는 없는 법. 그릇과 오브제 작업을 시작한 건 도예 작가로 독립하면서부터다.“가마 열이 너무 세면 흙이 끓기도 해요.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 부풀어 오르죠.”끝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그의 작업실에서는 도자기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소파 뒤 창 너머로 계단을 오르는 손님을 볼 수 있다. 나지막한 천장의 자투리 공간에서는 책상에 앉아 사진 작업을 하거나 음악을 선곡하곤 한다. 얇은 커튼 천 너머로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쇼룸의 도자기들 타일처럼 보이는 조각은 모두 유약을 테스트한 샘플들이다. 같은 흙이라도 유약에 따라, 굽는 방식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 서로 다른 색을 낸다. 휴식 공간에서 바라본 쇼룸 전경. 오른쪽 선반장 너머로 작업 공간이 자리하고, 맞은편 테라스 앞 선반에는 건조 중인 그릇들이 쌓여 있다.흙 종류에 따라, 가마 온도에 따라, 불 때는 방식과 유약에 따라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직접 테스트하고 정리, 기록한다. 계속해서 데이터를 쌓아가는 건 우연의 확률을 줄이고 좋은 결과물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함이다. 그래서일까, 애착이 가는 건 언제나 최근의 작품들. 앞으로 그는 더 회화적이고 오브제 같은 그릇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흙을 빚는다는 건 인생의 낭만을 담아낼 공간을 그려내는 것”이라던 작가의 그릇에 담길 누군가의 인생은 과연 어떤 맛일지, 문득 궁금해진다.취재협조_1250℃/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156 2층 www.1250.co.kr취재_조고은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6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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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공간을 경험하는 아주 특별한 휴가 / 건축가의 디자인 숙소
집을 짓기 전, 건축가가 설계한 곳에 하루쯤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준비할 것은 그저 낯선 순간, 새로운 경험을 즐기겠다는 열린 마음이면 충분하다.무주 서림연가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 강우현, 강영진 ©노경, 파스텔글리프 신현석(드론 촬영) 무주 구천동은 예로부터 첩첩산중에 세상과 멀리 동떨어진 오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도시를 떠나 이곳 서림연가에 도착한 이들은 자연 속에 숨겨진 그들만의 공간에 들어가, 잠시나마 복잡한 세상은 잊은 채 진정한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가 이 프로젝트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화두는 ‘숨기기’였다. 북쪽은 울창하고 키가 큰 나무들, 수량이 풍부한 계곡, 그 뒤로 보이는 산까지 너무나 완벽했지만, 그 외 삼면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리 내세울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대신 멀리 보이는 산세와 하늘만큼은 이곳에 머물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독립적이어야 할 객실과 근경의 조합을 고려한 결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건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들어올 때부터 하나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만 보일 뿐 어느 곳이 입구인지 한눈에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벽을 돌아 수정원 앞에 선 순간,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대지의 형상을 따라 배치된 객실들도 어디가 방인지 밖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들어가는 길마저도 최대한 좁고 길게 만들어 객실에 발을 딛고서야 그 공간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객실은 땅의 높낮이, 벽들의 높이차와 틈새, 공간의 각도를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각 방에서 모두 다른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조그만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의 지저귐, 떨어지는 빗물 등은 이곳에 머물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경주 VILLA GREYS 빌라 그레이스 | 이상길, 허민아 ©이병근여행을 와서 단순히 하룻밤 묵어가는 숙소라기보다 ‘빌라 그레이스’라는 작은 마을의 한 구성원이 되어 넓은 잔디밭에서 자연을 느끼고, 집 앞마당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공간. 부부가 이곳을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과 함께 목가적인 삶을 살기 위해 복잡한 도시를 떠난 건축가 부부는 고향인 경상북도 경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이 지은 빌라 그레이스는 건축 계획에서부터 공사 감리, 인테리어까지 부부의 취향을 오롯이 담아낸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개별 마당을 갖는 작은 마을’을 콘셉트로 한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부부와 두 딸이 거주하는 관리 및 사무동과 3개 동의 객실이 자리하고 있다. 각 동 사이로 생긴 골목길은 게스트로 하여금 단순한 객실이 아닌 하나의 독채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도 높은 펜션과는 다르게 3개의 한정된 객실은 보다 나은 쉼과 휴식을 제공하고, 객실별 마당에서는 바비큐와 노천탕도 즐길 수 있다. 60평 남짓한 중앙 정원에서는 앞으로 플리마켓, 소공연, 캠핑, 하우스웨딩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빌라 그레이스에는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이야기와 커뮤니티가 존재 한다. 게스트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서로 이웃 이 되어 인사 나누고 이를 통해 소중한 추억과 인연을 만들어 간다. 이처럼 게스트를 위한 곳곳의 작은 배려에서 건축가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홍천 올라운드원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 이성범, 고영성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강원도. 그중에서도 홍천은 여전히 고즈넉한 풍광의 여유로움이 감돈다. 독특하면서도 일반적이지 않고, 동시에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장소.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크지 않은 면적의 공간이지만,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독채로 만들어 투숙객이 주변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하자.’ 설계 초기부터 건축주와 건축가가 논한 고민이다. ‘휴식’이라는 관점에서 머무는 이에게 편안함과 아늑함을 주면서도 과하지 않은 조형과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공간감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였다. 전체 단지는 총 6개(각각 15~20평 내외)의 개별 건축물로 구성되어 현재 2개 동이 준공돼 운영 중이며, 나머지 4개 동은 각기 다른 공간 구조를 가진 2개의 타입으로 시공되고 있다. 곡면 형태의 매끈한 콘크리트 외관 속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합판을 소재로 따뜻하면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동마다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공간 안에서 큰 창을 통해 시각적인 개방감을 느끼면서도 실외 혹은 실내의 자쿠지는 주변 시선을 차단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부에서는 일관성 있는 형태로 각 객실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지만, 내부는 서로 다른 콘셉트를 부여하여 원하는 취향의 공간과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젊은 층을 위한 커플 객실이 주를 이루나 가족 단위의 투숙객이 묵을 수 있는 객실의 다양성도 함께 겸비하고 있다.영주 JEJE 게스트하우스 SKIMA(스키마) | 김세진©진효숙 집이지만 집이 아닌 곳, 상업시설이지만 집 같은 곳,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지만 여행 같은 비일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바로 JEJE 게스트하우스이다. 오래된 동네에서 과하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며 기존 주택들과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JEJE 게스트하우스는 영주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상업 중심가와 이면의 주거 지역 경계에 위치해있다. 역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텔이나 여관과는 차별화를 주고 싶었던 건축주 부부는 숙박객들이 만나 서로 담소를 나누고, 혼자 와서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따라서 건물 역시 주변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단아하고 깨끗한 인상의 게스트하우스를 바랐다. 8개의 실을 담은 건물은 둘로 분할된다. 빈티지 블랙 콘크리트 벽돌의 매스는 정면에서 한발 물러나 앞마당을 내어주고, 순백색의 스터코 박공 매스는 도로 면에 한걸음 나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뒤로 뒷마당을 만들어주었다. 대조되는 두 매스 사이의 복도 공간은 최소 길이와 전창 및 천창을 통해 최대한의 채광과 전망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각각의 실들이 분리된 숙박 시설의 특성상, 계단실과 복도 등을 하얀색 친환경 페인트와 간접 조명, 양쪽으로 열린 창문 등으로 언제나 밝고 환한 공간이 되게끔 계획하였고, 방은 좀 더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그레이 계열의 벽지로 마감했다. 박공의 방에는 다락과 천창을 두어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완성되었다. 서귀포 제주영숙 stpmj건축사무소 | 이승택, 임미정©배지훈 동서로 쭉 뻗은 대지. 제주영숙은 그 모양에 맞춰 40m 가량의 긴 단층 건물로 지어졌다. 객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도로를 사선으로 마주한 건물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늘 볕으로 반짝인다. 객실마다 놓인 작은 중정 속 귤나무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여행의 가치를 전해준다. 건축주는 멀지 않은 곳에서 ‘룸바’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이 노후화되며 점차 그 기능을 잃어가, 귤밭을 매입하고 룸바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게스트하우스 ‘제주영숙’을 계획했다. 그리곤 건축가에게 주변 건물 및 귤나무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예스러움을 간직한 건물을 요청했다. 제주영숙은 건축주가 생활하는 주택과 세 개의 독립적인 게스트룸, 두 영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완충 공간을 가진다. 이 공용 공간에서 건축주와 게스트가 음식을 나누고 좋은 음악, 책 등을 공유하며 소통한다. 굴뚝이 있는 벽돌집에 매료된 건축주를 위해 특별한 굴뚝을 두었다. 건축적 요소로서 굴뚝의 상징은 지키되, 그 의미를 현대적·기능적으로 재해석했다. 보통의 굴뚝 크기를 과장하여 크게 만들고 내부를 빛과 음악, 독서 및 다이닝이 가능한 공간으로 설계하여 이곳의 중심이 되도록 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건물에 복층의 굴뚝 공간은 안팎에서 인상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외부는 붉은 벽돌로 차분한 인상을 주지만, 내부는 오래된 느낌이 들도록 콘크리트 노출과 타일로 마감하였다. 인테리어의 상당 부분은 건축주가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아이디어들로 채워졌다. 작은 화분과 옛 소품, 카펫, 직접 고른 타일, 등기구, 수전까지 사 소한 부분에서 건축주의 세심한 정성이 엿보인다. 순천 SJCC GLAMPING RESORT ATELIER CHANG | 장수현 ©신경섭 생태도시 순천에는 순천만 생태습지, 세계정원박람회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이 있지만,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장소는 많지 않았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덜어줄 SJCC는 순천을 찾은 이들이 오랫동안 즐겁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자연친화적 글램핑장이다. 건축가가 글램핑 유닛(Glamping Units)을 만든 지 3년쯤 되던 어느 날, 순천에 색다른 숙박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설이 들어설 대지는 편백 숲으로 덮인 산이었고, 멀리 보이는 순천만의 풍광과 주변으로 꽉 들어찬 자연은 글램핑을 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해 보였다. 그 후 1년간의 마스터플랜을 준비해 착공이 진행되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워낙 아름다웠기 때문에 기존 나무와 지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인위적인 공사의 양을 되도록 줄이고자 했다. 결국 모든 텐트는 콘크리트 기초 위에 기둥을 세워 토지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해주었다. 완성된 캠핑장에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색감을 자랑하는 16개 동의 글램핑 텐트가 곳곳에 배치되었다. 일반적인 텐트가 아닌 미니하우스와 같은 건축물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던 만큼 안정된 스틸 구조와 까다로운 유럽 안전 기준(Hoch fladungen)을 통과한 불연 소재의 패브릭을 사용하여 이용객의 안전을 고려하였다. 특히 이 패브릭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런던 올림픽 경기장에도 쓰일 정도로 친환경적인 재료로 유명하다. 리조트 내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된 리셉션 건물도 마련되어 있으며, 각각의 텐트에는 침실을 비롯해 주방과 욕실, 바비큐 장비 등 각종 편의시설까지 완비했다. 취재_ 김연정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8월호 / Vol.234 www.uujj.co.kr※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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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일본 건축가가 한국에 설계사무소를 낸 까닭은?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단독주택 설계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온 그가 지난 2월 말, 한국에 건축설계사무소 ‘나오이플러스파트너스(NAOI+PARTNERS)’를 오픈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나오이 건축사사무소의 지사가 아닌, 한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하는 독립적인 사무소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사무소를 찾았다. 반갑게 맞아준 나오이 씨는 파트너인 ㈜홈포인트 유혁민 대표, 이탈리아공인건축사 박민용 건축가와 진행 중인 건축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특유의 정갈함과 빛을 고려한 설계로 유명한 일본 건축가 ‘카츠토시 나오이(Katsutoshi Naoi)’.Q_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홈포인트와의 협업으로 한국에서 단독주택 설계 작업을 꽤 많이 하셨는데요, 한국에 설계사무소까지 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일본 건축가와 한국 시공사, 건축주가 만나 한 채의 집을 짓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동안은 거리,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시공사가 저와 건축주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죠. 그러다 보니 처음 설계 콘셉트가 완벽하게 실현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더 좋은 건축을 하고 싶은데 자체 사무실이 한국에 없으니 한계가 있었죠. 지금은 건축주와 설계사무소가 직접 통화하며 의견을 명확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NAOI architecture&design office의 대표작 ‘큰 지붕의 집’ (2013.03). 공간과 자연의 관계를 주제로 설계한 4인 가족의 중목구조 주택으로, 남쪽 하늘을 향해 열린 형태의 특이한 지붕이 인상적이다.Q_ 나오이플러스파트너스의 설계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의뢰를 받고 첫 상담 미팅을 한 후 첫 PT를 하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립니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에 평균 5번 정도의 PT와 미팅을 진행하고, 관련 자료 등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계속 주고받습니다. 마감재, 조명, 현관문 등의 건축 자재나 시공 디테일까지 굉장히 자세하게 디자인하고 건축주와 내용을 공유해요. 언어적인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만날 때는 통역인이 동석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실시간 번역 기능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나오이플러스파트너스의 멤버들은 메신저 라인(LINE)의 통역 기능을 이용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Q_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설계 과정과 다른 점은 없나요?일본에서는 디테일 도면을 굉장히 상세하게 그리고, 실제 건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시공사에 전달합니다. 또,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나오이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시공 견적서까지 만듭니다. 설비회사, 목구조 회사 등 분야별로 여러 회사에 디테일 도면을 보내 견적을 받고, 이를 확인해 주어진 예산 안에서 건축이 가능하도록 조율하여 적절한 시공회사까지 제안하는 게 설계 사무소의 일이죠. 그러자면 기본적으로 설계자가 시공 현장에 대한 이해를 갖추어야 하고, 예산 범위 안에서 이 도면이 어떻게 실현될지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하면 좋겠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가능한 선에서 절충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오래된 목조 단층 주택의 남은 땅을 활용한 재건축 ‘마주하는 집’ (2011.12)▲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 나오이 건축가(좌)와 박민용 건축가(우). 나오이 씨는 앞으로 한 달에 최소 2번은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 일본의 설계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나오이 씨(좌)와 현재 용인 죽전에 가든코트JJ 타운하우스 단지를 조성 중인 (주)홈포인트의 유혁민 대표(우)Q_ 주택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대지 환경, 예산, 시공기술의 한계는 있을 수 있겠지만 되도록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100%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복잡하지 않고 잘 정돈된 공간이 나오게 하려면, 본격적인 설계단계 전 충분히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계 막바지나 시공 중 갑자기 생긴 변경사항으로 인해 디자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이 문제는 그 누구도 아닌 건축주가 안고 가야하니까요.대부분의 건축주는 집을 처음 짓기 때문에 실재하지 않는 집에 대한 공간감이나 자재가 내는 분위기 등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전문가로서 최대한 서포트하고 좋은 공간이 나올 수 있도록 큰 틀을 잡아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죠. 이 단계를 확실히 하고 설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처음 설계 도면의 콘셉트가 바뀌는 일 없이 일관성 있게 진행됩니다.▲ 일본 치바현,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보이드의 집’ (2012.07)Q_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강원도 강릉에 시공 중인 단독주택 2채가 있습니다. 그중 한 채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신혼부부의 집으로, 캣워크와 같이 고양이를 위한 디테일이 살아 있지요. 이 외에 ㈜홈포인트와 협업해 타운하우스 ‘죽전 가든코트 JJ’의 주택 설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호텔 설계 프로젝트도 예정되어 있고요.▲ 부부 건축가 카츠토시 나오이&노리코 나오이 씨. 두 사람 모두 1급 건축사로, 2002년 도쿄에 NAOI architecture&design office를 개업했다. 나오이플러스파트너스의 다양한 건축 작업에도 아내인 노리코 나오이 씨가 함께할 예정이다. Q_ 한국에서 작업하며 건축 환경이나 문화적 차이를 체감할 때도 많았을 것 같아요.지금은 건축법이 바뀌었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구조계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은 아주 작은 단층집도 구조계산이 필수니까요. 한국과 일본의 자재 감각도 굉장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한국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벽돌을 일본에서는 고급자재로 여깁니다. 반면, 요즘 한국에서 고급 외장재로 자주 쓰는 세라믹 사이딩을 저렴한 자재로 보는 경향이 있지요. 또 한국 건축주는 같은 금액이면 좀 더 넓은 공간을 원하고, 일본 건축주는 면적이 작아지더라도 자재 등의 질을 높이는 걸 원합니다.▲ 나오이플러스파트너스의 설계로 강원도 강릉에 시공되고 있는 AKHANA HOUSE와 FARM HOUSE ▲ 나오이 씨가 설계를 맡고 있는 용인 죽전의 가든코트JJ 타운하우스. 죽전역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조성된 녹지 공원 속 중목구조 주택 단지이다. Q_ 아무래도 일본에 비해 한국의 주택 건축 시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일본 건축가가 보는 한국의 건축 시장은 어떤가요?일본에서 건축가가 짓는 집이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은가요? 3%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규모 하우스메이커, 지역의 소규모 건축회사에서 짓는 집이 대부분이지요. 이는 전쟁을 치른 후 폐허가 된 땅에 정책적으로 주택을 지어야 했던 일본 역사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흐름이 아직 남아 있고, 건축가의 시장은 여전히 작죠. 한편으로 함부로 건축가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일반 건축회사나 시공자의 수준도 높은 편이에요.무엇이 부족하고 문제라기보다, 한국은 단독주택 건축의 역사가 짧은 것뿐입니다. 목조주택의 경우 30년도 채 되지 않았지요. 일본은 여러 시행착오와 긴 시간을 거쳐 발전을 이루어왔고, 한국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제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건축주 미팅 및 PT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나오이 씨. 상세한 이미지와 디테일 도면을 준비해 건축주가 집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Q_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최근 한국에 좋은 건축이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왕이면 좋은 건축물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제가 하는 작업 역시 한국 건축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며, 주택 외에 호텔이나 다양한 상업시설 설계 작업도 해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용도의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제가 단순히 일본에서 하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 프로젝트 수주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계사무소의 이름인 ‘나오이플러스파트너스(NAOI+PARTNERS)’에는 다채로운 국적과 경력의 파트너들(㈜홈포인트 유혁민 대표, 이탈리아공인건축사 박민용 건축가)이 모여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뜻을 담았어요. 앞으로 각자가 배우고 경험한 것을 잘 융합해서 다양한 문화의 건축물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취재협조_ NAOI+PARTNERS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26길 56, 3F 02-579-1835 www.naoi-a.comⓒ 월간 전원속의 내집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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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6
나의 정원, 우리의 기쁨, THE VERANDAH
경기도 양평,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다. 자연스레 어우러진 꽃과 사람, 시간의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그곳으로 살며시 당신을 초대한다.취재 조고은 사진 전성근양평 문호리, 큰 길가에서 박공지붕에 하우스 정원이 있는 수상한 꽃집을 만났다. 꽃도 팔고 커피도 팔고 핸드메이드 소스도 팔지만 절대 ‘플라워카페’는 아니라는 이곳. 한마디로 콕 집어 정의할 수 없는 ‘THE VERANDAH(더 베란다)’는 진진, 연채임 씨 부부가 작년 3월부터 조금씩 손수 꾸려온 작은 정원이자 작업실, 사람들과 함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모임 공간이다.“도시에서는 뭐하면서 노세요?”진진 씨가 대뜸 물었다. 이에 영화 보기, 쇼핑, 아니면 술자리… 몇 가지를 늘어놓다가 결국 말끝을 흐리고 만다. ‘온통 소비하며 얻는 즐거움뿐’이라는 그의 말이 맞았다. 온전히 내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삶. 아무래도 도시에서 그런 삶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광고 촬영감독인 남편 진진 씨와 영화연출,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 채임 씨가 서울 한복판의 집을 정리하고 농촌 마을로 내려온 것 역시 그런 이유다. 채임 씨는 5년 전쯤, 6살 아들과 함께 남편의 독일 출장에 따라나섰더랬다. 마침 오빠네 가족이 독일에 살고 있었고, 이참에 여행이나 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삶의 풍경들은 서울의 것과는 달랐다. 자연 속의 조용한 동네, 대지 위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 두 달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서울 토박이인 그녀가 낯선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은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국에 돌아와 둘째를 가진 것을 알게 됐고,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이 견딜 수 없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이런 곳에서 키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에게 선언했다. ‘나 도저히 서울에선 못 살겠어.’ ▲ 꽃에 물을 주는 채임 씨 모습. 하우스 정원에는 식물의 씨방을 본뜬 모양으로 직접 벽돌을 깔았다.▲ 살림집 건물은 작업실로 쓰고, 그 앞에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시골에서 나고 자란 진진 씨는 사실 오래전부터 양평을 점찍어 두었었다. 서울을 오가며 일하기에도 멀지 않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렇게 만삭의 아내, 아들을 데리고 문호리로 내려왔다. 처음 몇 개월은 큰 양옥집에 딸린 방 두 칸짜리 별채에 세를 들어 살았다. 그러다 그곳도 복잡하다 싶어 차로 15분 정도 더 들어간 정대리에 있는 아담한 시골집으로 이사했다. 더 베란다는 서울에서 디자인 작업실을 본격적으로 꾸려보려던 차에 이곳으로 오게 된 아내의 공간으로 마련한 곳이다.“소박한 삶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대신, ‘꼭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핸드메이드 라이프> 중에서남편은 아내를 ‘시골 완벽 적응자’라 부른다. 작은 화분 하나도 집에 들여 본 적 없던 그녀가 이제는 직접 땅을 일구고 각종 채소, 꽃을 심고 가꾸는 건 물론이요, 장아찌도 담그고 소스도 만든다. 이곳에서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광경을 태어나 처음 봤을 때, 신기하다며 한참 호들갑을 떨었던 건 그야말로 옛일이다.“처음에 여기 왔을 땐, 아들이랑 둘이 할 게 없잖아요. 서울에 있었으면 분명 백화점 문화센터를 다녔을 거야(웃음). 심심하니까 이웃집 할머니들이 주는 나물로 장아찌를 담그기 시작했고, 그러다 텃밭도 가꾸게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났죠.”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었다. 더 베란다는 그런 놀라움과 기쁨을 소박하게 담아낸 작은 공간이다. 채임 씨는 작업실을 구하다 살림집이 딸린 이 오래된 화원을 발견했고, 1년이 넘도록 손수 집을 고치고 흙을 보살피며 정원을 가꿔왔다. 목공은 남편이, 정원은 아내가 맡았다. 다른 곳에 쓰였던 나무를 재활용해 하나하나 다듬어 썼고, 하우스와 살림집 건물 사이에 박공지붕의 테이블 공간도 꾸몄다. 분재를 주로 팔던 하우스 정원의 땅이 꽃을 키울만한 토질은 아니었던 터라, 식물을 심고 키우는 것이 처음인 그녀는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겨울엔 수국 등을 옮겨 심었더니 대부분 말라 죽고 난방비만 엄청 나와 한동안 손을 뗐다고 했다. 대신 그동안 허브를 말려 차를 만들고, 직접 만든 소스를 들고 양평 문호리리버마켓에 참가했다. 봄을 기다리며 꽃과 허브들의 씨를 받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테이블 공간은 조금 서툴더라도 내 마음대로 만들고자 했던 남편의 손맛이 묻어난다. ▶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소박한 만찬을 준비 중이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바질 페스토, 발사믹 소스,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인 요리들 ▶ 큰아들이 나무를 깎아 만든 새총. 문호리리버마켓에서 엄마와 함께 팔기도 한다.“그래도 기특하게, 봄이 되니까 살아나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더 베란다는 매일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다. 유기농 비료를 아낌없이 쓰며 쏟은 정성 덕분인지 땅도 점점 비옥해져 간다. 기름진 땅이 아니면 잘 자라지 않는다는 허브 ‘베르가못’이 자리를 잡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한두 해에 걸쳐 금방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변화라도 눈에 보이면 그저 반갑고 기쁘기만 한 두 사람이다.이곳에서 꽃이나 허브 등을 사면 준비된 화분이 아니라 정원에 심어둔 것을 바로 퍼서 준다. 처음 온 이는 남의 집 마당에 있는 화초를 가져가는 듯한 기분에 당황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채임 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꽃이 화분에 있는 흙의 영양을 다 먹고 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고, 한계를 넘어 넘치는 아이들은 땅에 옮겨 심어야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고. 꽃집 주인은 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울 수 있어 좋고, 손님은 좋은 흙에 살던 건강한 식물을 가져갈 수 있어서 좋은 셈이다. 아직은 화훼농장에서 받아오는 것도 있지만, 그녀는 앞으로 이곳 정원에 직접 심고 키우는 식물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싶다. ▲ 부부는 자연이 주는 것을 누리고 필요한 것을 내 손으로 만들며 살 수 있는 하루하루가 참 고맙다.“덴마크어로 ‘Hygge(휘게)’라는 말이 있대요.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죠. 더 베란다는 그냥 편하게 와서 꽃도 보고 차도 한잔 하기 위한 곳이지, 장사하자는 건 아니에요. 오가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여 즐겁고 편안하게 있다가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부부는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고 관심사를 나누기를 꿈꾼다. 자신들처럼 시골로 내려와 느린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더 베란다의 첫 손님을 맞은 저녁, 소박하게 차려진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의 두 뺨 위로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친다. 이렇게 또, 좋은 사람들과의 하루가 아늑하게 저물어간다.THE VERANDAH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882 http://theverandah.co.kr※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집님에 의해 2017-06-26 17:11:15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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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5
태풍 오는 날, 지붕 위에서 하는 샤워 | ‘지붕의 집’ 이야기①
▲ 출처 | www.tezuka-arch.com나는 설계를 앞두고 건축주를 만나면 그의 취미, 관심사 등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고 열심히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희망 사항을 끌어내어 건축에 반영하고 싶은 마음에서다.이때 내가 혹시 넘겨짚거나, 건축적으로만 풀이해 가족의 바람과 다른 해답을 내놓을까 늘 경계하게 된다. 이건 일본 건축가인 테즈카 타카하루(手塚貴晴)가 ‘지붕의 집’이라는 주택을 설계할 당시의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두 가지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중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지붕의 집’은 2001년 테즈카 타카하루가 설계한 주택이다. 테즈카는 1964년 도쿄 출신으로, 부인인 테즈카 유이(手塚由比)와 테즈카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도쿄도시대학교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주택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 A씨를 만나, 으레 하는 질문들을 했다.“당신에게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가요?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시나요?”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상상을 초월했다.“우리 가족은 지붕 위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때론 지붕 위에서 식사도 하고요.”그러면서 A씨는 테즈카에게 가족 앨범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어린 두 딸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지붕 위에서 지내는 일상을 담은 사진들로 가득했다. A씨와 그 부인은 이왕 집을 짓는 김에 지붕 위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붕의 형태는 완만한 경사로 쉽게 결정되었다. A씨 부인은 지붕에 올라가 있을 때도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길 원했다. 테즈카는 그런 요구 사항들을 들으며 지붕 위에 벽을 세우게 되었고 식사를 위한 식탁과 의자, 요리를 준비하는 부엌도 그려갔다. 이런 식으로 지붕 위에 있어야 할 요소는 계속 늘어만 갔다. 겨울 추위를 대비한 난로, 여름에 땀을 씻어 낼 샤워 시설까지 지붕 위로 올라갔다.A씨는 원래 지붕 위에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싶어 했지만, 자칫하면 집 전체를 태워버릴 우려가 있어 그것마저 실현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테즈카는 “위험하니까 바비큐만은 제발 마당에서 하시죠”라고 설득까지 해야 했다. 결국 지붕 위에서 고기 굽는 건 포기하는 대신, 마당에서 고기를 굽다가 지붕 위에 있는 가족에게 접시를 건넬 수 있도록 집의 처마 끝 높이를 바닥에서 1.9m로 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덧붙여 테즈카는 지붕 모서리에 난간을 설치하는 것을 제안했다.그때 A씨가 되물었다.“보통 지붕 위에는 난간이 없지 않아요? 저희가 전에 살던 집에도 없었는데요?”‘지붕의 집’을 아주 특별하게 만든 이유는 난간 및 계단의 유무와 지붕이라는 공간의 상관관계에 있다. 이 집의 지붕에는 난간이 없고,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외부 계단도 없다. 오로지 집 안 곳곳에서 천창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몇 개 있을 뿐이다. 난간이 있었다면, 그건 ‘지붕’이 아니라 ‘옥상’이 되고 말 것이다. 결국 테즈카는 지붕 위에 난간을 만들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난간이 없는 설계도면으로 건축허가를 진행했고, 그 도면으로 수정 없이 건축허가가 떨어졌다.애당초 A씨와 그 가족이 바라던 것은 쓰임새가 좋고 편안한 ‘옥상에서의 일상’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했던 건 원래 사람이 올라갈 것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집을 짓다 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지붕’이라는 공간에서 행하는 ‘일탈’, 혹은 ‘계획된 비일상(非日常)’이었던 것이다. 이 주택은 일본의 건축 관련 월간지 중 하나인 ‘신건축 주택특집(新建築住宅特集)’에 소개되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붕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거짓이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본인이 지어낸 허구를 마치 건축주가 바랐던 일상인 것처럼 소개하는 건축가는 위선자(偽善者)다’ 등의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 상황에서 건축주 A씨는 월간지에 게재된 어떤 건축가의 평론에 대해 직접 글을 써 반론했다.“거짓말이 아니다. 우리는 실제로 지붕 위에서 밥을 먹는다.”이렇듯 건축주가 자기 삶을 알고 그 삶의 모습에 맞춰서 집을 지을 경우, 그 결과물인 집의 모습과 그 쓰임새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좁은 시각에서 판단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건축가가 본인 아이디어의 한계 속에 건축주의 삶을 가두고 그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는 건축 관련 미디어들의 함정도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의 모든 건축 관련 매체들은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과 그 과정에서의 의도와 에피소드를 소개하곤 한다. 그러나 최소한 주택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그것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건축주의 소회다. 본인의 희망 사항에 맞춰서 집을 지었던 건축주가 그 집에 살면서 느꼈던 일상, 쓰임새, 만족감 그리고 후회와 같은 내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5년 살고 10년 살다 보니 느끼는 일, 그사이에 하게 된 증·개축을 통해 나아진 어떤 것들, 어쩌면 그런 시간을 보낸 집과 건축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이 잡지에 소개되었던 수많은 집들, 그리고 여기에는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세월을 지내온 더 수많은 집들 속에서 우리는 숨은 보석 같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 이야기들이 우리로 하여금 더 다양하고, 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줄 것이다.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태풍이 부는 어느 날, 테즈카는 A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강한 바람 소리와 함께 A씨가 이렇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태풍 바람 속에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최고로 좋습니다!!!”“괜찮으세요? 바람이 너무 세서 아이들은 날아가지 않을까요??”“괜찮아요!!! 저 혼자 샤워를 하고 있으니까. 혹시 몰라 티셔츠도 입고 있어요~!!!”이렇게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건축주들의 이야기를 나는 더 많이 듣고 싶다.박성호 aka HIRAYAMA SEIKOU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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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한 몇 가지 방법
요즘 들어 여러 매체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집짓기의 새로운 움직임을 자주 다루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단체가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오래된 단독주택을 구입하고 셰어하우스(share house) 형태로 운영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글 박성호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 한켠, 약간의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혹시 기존의 단독주택이라는 ‘그릇’이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한계를 만들어버리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새로운 술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했던 삶의 형식을 탈피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좀 더 새로운 집짓기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코퍼러티브 하우스(cooperative house)’와 ‘콜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라는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형태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코퍼러티브 하우스는 쉽게 말해 협동조합 주택이다. 건축주들이 함께 조합을 결성하고, 건설부지의 취득이나 설계단계부터 스스로 결정하면서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주택을 말한다. 북유럽이나 북미 지역에 비교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으며 노르웨이에서는 전국 주택의 15%, 수도 오슬로에서는 주택의 40%, 450만 명의 인구가 이 코퍼러티브 하우스 형식으로 지어진 집에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주택 650만호에 1,500만 명의 인구가 코퍼러티브 하우스에 살고 있어서 그 비중은 전체 주택의 17%,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코퍼러티브 하우스 형식으로 지어지는 집들이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주택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 땅 주인과 30년에서 50년 수준의 장기 토지 임대계약을 맺음으로써 필요한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일명 ‘츠쿠바 방식’이라는 형태가 많다. 코퍼러티브 하우스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은 서로가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다 보니 서로 이해하고 믿고 지켜보는, 억지스럽지 않은 커뮤니티의 형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코퍼러티브 하우스는 실제로 입주하게 될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협의를 통해 모든 단계를 진행한다. 입주 전부터 이웃 간 연대 관계가 형성되고 여러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전체적인 계획의 틀 안에서 본인과 가족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집을 설계할 수 있으며, 단독주택 형태로 지을 경우는 공법이나 자재 사용에 있어서 공통 사양이 많아지면 소위 공동구매처럼 건축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협동조합이 발주처인 사업이기 때문에 업체의 이윤, 분양, 홍보 경비 등이 빠지게 됨으로써 일반적인 분양 주택보다는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그러나 코퍼러티브 하우스의 경우 조합원 모집부터 입주까지 평균적으로 2년의 시간이 걸린다. 각 단계마다 협의를 거쳐서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부단한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수적이며 초기 단계에서 서로가 얼마나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코퍼러티브 하우스가 집짓기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면 콜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는 새로운 집의 구성과 삶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코퍼러티브 방식으로 짓는 콜렉티브 하우스라는 삶의 방식도 성립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콜렉티브 하우스의 개념은 이런 것이다. 개인이나 가족을 위한 개별적인 공간들, 즉 침실이나 욕실, 화장실, 작은 부엌은 각 세대의 전용 공간 부분에 별도로 존재하지만 거실이나 부엌, 다이닝룸, 세탁실,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방이나 탁아시설 등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식이다.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더불어 산다는 점에서 보면 콜렉티브 하우스와 셰어하우스는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웃과 함께 하나의 건물 안에서 공동생활을 하려고 기존의 주택을 활용한 것이 셰어하우스의 효시였다면, 이웃과 함께 살기 위해서 집의 형태나 구성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고안한 것이 바로 콜렉티브 하우스이다. 콜렉티브 하우스는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젊은 맞벌이 부부와 혼자 사는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각 연령층으로 구성된 입주자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시간적, 금전적인 부담을 경감시키며 공동생활을 영위한다. 식자재 구입이나 식사 준비, 설거지는 물론 집의 관리 및 보수, 육아, 아픈 사람에 대한 간병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으로서 상호보완적인 역할과 관계를 형성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는 함께 사는 어르신들에게 육아를 맡길 수 있어 퇴근시간에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고, 나이 드신 분들은 아플 때나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젊은 세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걱정을 덜게 된다. 이런 삶의 방식은 어떻게 보면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 재능기부를 생활화하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콜렉티브 하우스에서의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한 관계와 공평한 참여일 것이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눈이 멀어 ‘무임승차’하려는 구성원이 존재하게 되면 이러한 삶의 방식은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콜렉티브 하우스가 성공적으로 유지되려면 구성원 각자의 수준 높은 자각심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는 입을 것, 먹을 것에 관한 고민과 함께 살 곳의 문제, 즉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이 영원한 숙제에 대한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회 제도와 시스템, 인프라나 정치, 교육 등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수시로 변해간다. 우리는 이 현실 속에서 꾸준하게 새로운 정답을 계속 찾아내고, 또 찾아내야 할 것이다.‘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Sir 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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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통나무집 짓는 세 남자 이야기
홀로 두 달 만에 통나무집을 뚝딱 지은 국중모 씨,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통나무집을 짓고 있는 진상돈, 정우상 씨. 같은 통나무집이지만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게 담긴, 건축 초보 세 남자의 좌충우돌 집짓기 이야기가 펼쳐진다.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좁은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아담한 통나무집이 한 채 보인다. 이 집에 모인 세 남자 에게 집 짓는 이야기를 들으러 간 참이다. 굽어보는 산세가 절경인 마당의 정자에 둘러앉았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마치 신선놀음하는 기분이다. “저희 셋은 집 짓다 친해진 사이예요.”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자 중모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집을 지은 중모 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웃인 두 사람의 집짓기를 돕고, 상돈 씨와 우상 씨는 서로의 현장에 품앗이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 그렇게 통나무집을 짓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생면부지의 세 남자가 만나 친구가 됐다. 사실 세 남자는 건축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세 사람 집은 모두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겉보기에는 세 채 모두 비슷한 통나무집인 것 같아도, 짓는 이를 닮아 그런지 자세히 보면 저마다 다르다. 집을 앉힌 자리만 봐도 그렇다. 꽤 깊은 산 중턱에 있는 중모 씨의 집과 달리, 우상 씨의 집은 큰 도로변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 상돈 씨의 집은 뜻을 함께하는 20가구가 모인 집터에 자리 잡았다.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세 사람의 집이 점점 더 궁금해질 즈음, 중모 씨가 내어온 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 한창 벽체를 올리는 중인 우상 씨네 집 ◀ 주인공인 세 남자 ▶ 중모 씨가 만든 그네 너머로 보이는 통나무집 국중모 씨 _ “내 한 몸 누일 작은 통나무집이면 되지요” 중모 씨는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통나무집을 지었다. 인천에서 타이어 대리점, 오디오 전문점, 카센터 등을 하던 그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2012년 3월, 이곳 평창에 땅부터 덜컥 계약했다.“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는데, 오직 제 고집으로 주말주택 삼아 내려왔어요. 집안 어른들은 ‘네가 무슨 집을 짓느냐’며 걱정도 많이 하셨죠.” 그러나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의 그는 같은 해 5월 집짓기에 착수해 단 두 달 만에 집을 지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부터 밤 9시까지 쉬지 않고 작업했다. “나는 하루에 4시간 일하자는 주의인데, 형님과 일하다 보면 좀 쉬자고 할 수밖에 없더라”는 상돈 씨의 증언이 이어진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전기설비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통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그라인더로 표면을 손질할 때는 아들, 딸이 틈틈이 와서 도왔다. 12자(약 3.6m) 길이의 통나무를 혼자 들어 올리기 어려워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둘이서 벽체를 쌓고 지붕을 마무리했다. 그러기를 두 달, 12평의 아담한 통나무집 한 채가 뚝딱 만들어졌다. 그가 집 짓는 데 쓴 돈은 3천5백만원이다. “집이 작기도 작지만, 구조도 복잡할 게 없어서 더 쉽게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방 하나에 거실 겸 부엌, 다락이 전부거든요. 딱 필요한 공간만 있으니까 유지비도 적게 들고, 겨울엔 난방을 조금만 해도 금방 훈훈해져요.” 한데, 마당을 가꾸며 집 주변을 정리하고 3평짜리 찜질방을 완성하기까지는 1년도 더 걸렸다. 트럭도 없이 SUV 자가용만으로 작업하느라 벽돌 등의 자재를 조금씩 사다 나르고, 강가에서 대야 한가득 돌을 주워와 마당과 찜질방 외관을 장식했다. 힘은 들지만, 매일 아침 새소리를 듣고 평상에 앉아 음악을 즐기며 사는 삶이 이를 모두 잊게 한다. ◀ 평소 음악을 즐긴다는 중모 씨 ▶ 세 남자의 모임 현장. 중모 씨는 직접 만든 정자에 오디오와 스피커도 설치했다. ▲ 상돈 씨는 모든 나무를 직접 손으로 다듬는다. ◀ 조금씩 형태를 갖춰 가는 상돈 씨의 통나무집 ▶ 온돌방 바닥에 황토벽돌을 깔았다. 벽돌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온수관을 배열할 계획이다. 진상돈 씨 _ “저에겐 집짓기가 놀이예요” 이제 막 통나무집의 지붕을 올린 상돈 씨. 그 역시 카센터를 운영한 경력이 있고,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재활용 목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에 몸담았다. 그리고 약 1년 전, 20가구가 모여 산 땅에서 가장 먼저 집짓기를 시작했다. 단출한 중모 씨의 집과 달리, 이 집은 25평의 널찍한 면적에 2층이나 다름없는 다락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내 손으로 하자 마음먹은 그는 기초공사를 위한 거푸집도 직접 짜고 철근도 손수 묶었다. 나무를 다듬어 벽체를 올리고 지붕을 얹는 것은 물론, 창틀 제작과 전기배선공사도 직접 했다. 마침 건설기계 면허가 있어 포클레인을 한 달 임대해 직접 운전하며 작업하기도 했다. 이로써 얻는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건축비 절감’이지만, 그의 더 깊은 속내는 따로 있었다. “제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절만 해도 동네 사람들이 모여 집을 지었지만, 지금은 기술자, 전문가가 맡아서 하죠. 그러다 보니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내로라하는 장인들도 처음엔 다 시행착오를 거치잖아요. 집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으며 실수도 하고 이를 바로잡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집을 지으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단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나무 벽체 안쪽에 투습방습지를 붙이고, 2×4 목재로 경량목구조처럼 다시 구조를 세워 단열재를 채워 넣었다. 2중 벽체인 셈이다. 온돌방으로 계획 중인 방 한 개는 구들과 온수관을 같이 깔았다. 바닥에 황토벽돌을 깔고 그 사이로 온수관을 배열해 두 가지 난방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레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 같아요. 아직 서울에 있는 아내가 주말마다 내려와서 도와주곤 하는데,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재미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집의 하나부터 열까지 도맡아 하느라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단번에 ‘재밌다’고 대답한다. 딱히 작업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천천히 즐기며 집을 짓는다고. 아내의 갑작스러운 설계변경 요청에도 웃으며 응할 수 있는 건, 그에게 집짓기가 곧 ‘놀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우상 씨 _ “내 마음대로 짓고 집을 누리며 살기” 싱글남 우상 씨는 늘 나이가 들면 전원생활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준비 차 통나무집 짓기, 구들 놓기 등의 교육도 다수 받았다. 그러다 귀촌 시기를 조금 앞당기게 된 것은 갑자기 찾아온 ‘병마’ 때문이었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그는 작년, 서울에서 강원도 횡성으로 내려왔다. 형님들을 따라 지금 한창 통나무집의 벽체를 올리고 있는 그는 귀촌한 지 1년쯤 지난 올해 4월, 집짓기를 시작했다. 집 지을 자리 몇 군데를 가까이서 지켜본 뒤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땅은 큰 도로에서 멀지 않되 마을과는 떨어져 있고 마당의 활용도가 높은 대지였다. 지금은 현장 바로 옆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며 집을 짓고 있다. “우상 씨는 원래 흙부대 공법으로 집을 지으려고 했어요. 저희 집 현장에서 몇 달 일하다 보니 통나무집이 낫겠다 싶어서 마음을 바꾸게 된 거죠.” 상돈 씨의 말에 그는 ‘지으면서도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한 것’이 통나무집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그에게 통나무집이 단열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공법에나 단점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감수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덧붙인다. 대신 단열을 보완하기 위해 형님들보다 더 굵은 나무를 써서 벽체를 두껍게 만들었다. 또, 둥근 면을 평평하게 다듬어 통나무 사이의 틈을 최소화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무가 마르면서 갈라지거나 틈이 벌어질 수 있지만, 나무로 지은 집에서 성실한 유지관리는 필수다. 난방 시스템으로는 러시아 난로 ‘페치카’와 원리가 비슷한 ‘벽난로 구들’을 들일 계획이다. 직접 만들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구들은 공부하면 할수록 잘해낼 확신이 없어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제 나이가 오십인데, 내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는 60살이라고 생각해요. 그때쯤이면 집도 어느 정도 자리 잡을 테니, 많이 움직이지 않고 살 생각입니다(하하).” ▲◀ 통나무를 다듬는 작업 중인 우상 씨 ▲▶ 그는 집을 짓기 전, 계획한 집의 형태를 모형으로 몇 개 만들어 두었다. ▼◀ 집을 지으며 숙식하고 있는 컨테이너 ▼▶ 현장에서 시공에 관한 얘기가 한창인 중모 씨와 우상 씨 함께 집짓기 현장을 둘러보던 중모 씨가 “제일 먼저 집을 짓는 바람에 좋은 정보는 동생들만 얻게 됐다”며 투정 어린 농담을 한다. 같이 허허 웃던 두 남자는 이내 작업에 필요한 집짓기 자재나 시공법에 관한 이야기에 몰두한다. 우연히 중모 씨의 집을 찾은 한 건축가가 “선생님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지은 것이 참 좋다”고 했다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직접 짓는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시공자들과 승강이 벌일 일도 없고, 정해진 기한이 없어 마음대로 쉬다 오거나 볼일을 볼 수도 있으니 ‘집 짓다 10년 먼저 늙는다’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흐르는 바람을 따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짓는 세 남자의 통나무집에서 꼭 그들만의 향내가 난다. ▲ 산자락에 폭 안겨 있는 중모 씨의 통나무집 전경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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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글 박성호 정리 이세정 며칠 전, 한 독자에게 이런 메일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기고하신 칼럼을 읽다 우연히 블로그까지 따라 들어와 여러 글들을 보았습니다. 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 집 짓기의 꿈이 그려지는 것 같은 설렘을 얻고 갑니다. (중략) 제가 워낙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내 집 짓기를 앞두고 저는 무엇부터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1. 예산 확보? 2. 집 지을 부지, 지역 결정하기? 3. 대략적인 구조라도 머릿속에 설계해보기? 4. 아니면 기타? 이 질문에 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어떤 삶이 행복할까?’라는 주제로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면 그 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런 대답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각자 선호하거나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 답만 확실히 알고 있다면 집짓기의 출발은 어렵지 않다. 첫 회 칼럼에서 예비 건축주들에게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IMAGINE, 상상하기’란 주제를 선택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 당신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그런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당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었다. 이번 칼럼은 그 연장선에서 하는 이야기다. 과연 ‘좋은 집’의 정의는 무엇이며, ‘좋은 집’을 결정짓는 잣대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좋은 집’,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이 대상은 아마도 크고 화려하고 멋진, 소위 으리으리한 집이 아닐까 싶다. 옷에 비유하자면, 우리의 이미지 속 ‘좋은 집’은 아마도 실크로 만들어진 화려한 파티복일 것이다. 그 옷을 입고 있으면 스스로 더 멋있어진 듯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도 멋지다고 칭찬할 것이다. 화려한 파티복을 입고 한 순간 만족과 기쁨이 넘치지만, 다음 순간 이런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이 옷을 입고 어디에 가지? 이 옷을 입고 무엇을 하지?” 그렇다. 당신이 화려한 파티복을 입고 자주 사교적인 모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 이상 실크로 만든 파티복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자주 입는 옷들, 오래 입어도 싫증이 안 나는 옷과는 다르다. 사람들은 오랜 경험과 본인의 취향, 직업 등을 바탕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계속 찾아 입어 왔다. 그런데 왜 집을 선택할 때는 무조건 ‘좋은 집’만 상상하고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심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고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어울리지도 않는 집은 ‘좋은 집’이 아니라 비싸기만 한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나는 건축주들에게 본인의 행복,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삶에 어울리는 것을 중심에 놓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부지는 어디가 좋을지, 어떤 구조의 집이 좋을지, 얼마의 예산의 필요할지, 모두 답이 나온다. 옷 가게에서 마네킹이 입은 옷을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또, 옷을 입어볼 때 판매원이 잘 어울린다고 하면 약간의 의심을 하면서도 그 옷을 사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 현상에는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본인이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공포를 갖고 있다. 즉,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하고 선택해야 하는, 소위 말해 ‘책임을 져야 하는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싶어 한다. 때문에 이미 마련된 모델이나 전문가의 조언에 기대어 ‘내가 잘못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는 구실을 찾는다. 이러한 구매 행동의 무의식적인 심리 작용을 생각하면, 내가 건축주들에게 추천하는 방법론은 너무 부담스럽고 곤혹스러운 제안일지 모른다. 그러나 회피하고 싶은 무의식을 뒤로 하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선택한다’는 의도적인 삶을 실천하다 보면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무엇보다 크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고, 계획하고 있는 수많은 예비 건축주들은 아마도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라는 삶의 방식을 벗어나 단독주택이라는 삶의 방식을 의도적으로 택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설이 맞다면 당신의 이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한쪽은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당신에게는 이런 것이 잘 어울릴 거예요”라며 당신의 등을 밀어주는 누군가의 권유를 네비게이션 삼아 따라가는 세계다. 다른 한쪽은 “본인의 책임이니까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세요”라고 하는 세계. 물론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조차 힘들어서 헤맬 수도 있는, 그런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했다고 해서 성공의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거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이 선택, 그 자체부터가 당신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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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5
보통 사람들의 디자인 주택을 짓다 /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건축가
우리가 꿈꾸는 집은 거창한 게 아니다. 보통 사람의 집에 약간의 감각을 더한 ‘조금 더 예쁜 집’.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소장은 기존 건축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 시장을 개척하며,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에서 제주 섬마을까지 오늘도 꾸준히 달리고 있다. 취재 편집부 사진 김호근‘주택’만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로는 거의 유일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집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홍익대 건축과 재학시절, 사실 남들 눈에 비친 저는 설계학점 곧잘 받는 소위 ‘범생’이었어요. 당연한 과정처럼 입사한 설계사무소에서 우연히 일본 잡지를 보게 됐는데 거창한 작품집들과는 다르게 부동산, 주택산업, 자재관련 설명이 무궁무진한 거에요. 작지만 매력 있는 집들을 디자인하는 일본 건축가층이 두텁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의 디자인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아요. 짧은 일본어와 한자 실력으로 한 글자씩 읽어가며 주택디자인에 빠져들었지요. 당시 국내 주택 설계시장은 어땠나요? 1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거장 건축가의 ‘작품주택’만 있었어요. 주택 설계비가 얼마고 공사비가 얼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였죠. 어느 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사장님도 한번 봤다가 클라이언트에게 열심히 전화 돌리는 부장님도 한번 봤다가, 설비팀도 봤다가,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아, 나는 그런 거장의 길을 걷기는 어렵겠구나!’ 저의 자리를 찾는 탐색이 그때부터 시작되었죠. 그 뒤로는 작은 건축물을 디자인부터 완공까지 완벽하게 살피는 일에 주력했죠. 저는 운이 좋았어요. 세 군데의 사무실을 다녔는데 각각 한 가지씩 배워서 나왔거든요. 그 시절, 그 곳에서는 무얼 배웠나요? 첫 직장에서는 기획팀에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힘을 주고 빼는 완급을 배웠고, 두 번째 사무실에서는 디자인, 허가, 시공사 선정, 건축주 미팅, 감리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배웠어요. 사무실 소장님과 현장 소장님께 혼도 많이 났어요. 도면 똑바로 못 그린다고 혼나고, 현장에 가면 현장과 맞지 않는 도면이라고 혼나고… 현장소장님이 상대 안 해주면 잡철하시는 분이나 벽돌 쌓는 분들 붙잡고 이것저것 디테일들을 물어보며 사무실과 현장을 왔다 갔다 했죠. 사실 이런 현장 경험을 한 제 또래 건축가들이 그리 흔치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다닌 사무실에서는 엉뚱하게도 야근하지 않고 일하는 마인드를 배웠죠. 지금은 야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요(웃음). 그때까지도 주택 설계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은 건가요? 그 사이에 부모님 집을 지을 기회가 있었어요. 30평짜리 집에 약간의 디자인을 가미해서 직접 지었죠. 3년 후, 집을 팔려고 보니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러 오는 거에요. 저희 아버지가 우스갯소리로 “커피 대접하다 코피 터진다”고 할 정도로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금 집장사들만 짓는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을 저처럼 건축을 전공하고 재밌게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기획하고 지어서 판다면 수요자들에게 반응이 있겠다!’ 싶었죠. 작품이 아닌 ‘디자인’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전남 광양에 들어선 중정형 주택 ▲충주 구도심에 들어선 디자인하우스 그런 과정을 거쳐 홈스타일토토 디자인사무소를 개소한 거군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한 처음 3~4년간은 그야말로 ‘암흑기’였어요. 사기도 당하고, 도면 열심히 그려주고는 200~300만원 간신히 받은 적도 있고요. 일만 해주고 돈 못받고‘팽’당한 경우도 있어요. 인생의 굴곡이 참 많죠? 그게 또 저의 장점이에요. 별별 일을 다 겪고 나니 건축주들하고 할 얘기도 풍성하고 쿵짝도 잘 맞거든요(하하).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4년 전부터는 후배 건축가 정신애 씨가 합류해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건축주들이 건축가가 제시하는 ‘주택설계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설계시장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설계는 시청 앞 건축허가사무실에서 해주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으니, 고생길로 접어든 거죠. 저야 ‘재밌겠다!’ 하면서 시작한 거고, 워낙에 작은 규모를 꼬물거리며 디자인하는 걸 좋아해 ‘주택 디자인’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했지만, 사실 설계자 입장에서는 1~2억원으로 집 지으려는 일반인에게 설계비를 3~4천만원 받을 수도 없으니, 사무실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요. 단독주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예전만 하더라도 설계비를 들으면 내용도 듣기 전에 ‘으악!’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가치를 인식하는 분위기에요. 그러나 여전히 디자인주택의 수요와 공급은 소수예요. 집짓기에 그다지 머리 쓰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도 많고요. 그러나 분명 세상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수입차 늘어나고 커피전문점 끝없이 생겨나는 것 보세요. 숨어 있는 수요는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소비자들도 차차 천만원의 돈을 들여 천이백만원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디자인’의 힘이라는 것을 인식해가고 있어요. 그리고 디자인이 상세하고 콘셉트가 강력하면 자동적으로 시공 품질에 대한 장악력이 생깁니다. 투자 대비 집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거죠. 저희도 예전에는 실적도 없이 고군분투 했다면, 지금은 집도 많이 지어졌고 포털사이트에 개설해 둔 카페에 들어와서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 예비건축주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젊은 건축주들이 늘어나면서 요구조건은 명확하고, 비용관계는 확실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돈은 별로 안 돼요(하하). 여러 건축주와 작업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예비건축주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건축주들은 ‘가격은 싸게, 품질은 좋게’를 외치는데, 세상에는 비용을 들인 만큼 품질이 나오는 게 인지상정이거든요. A 시공자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데 B 시공자의 견적서가 더 쌀 때, 건축주는 A 시공자에게 B의 가격으로 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품질은 보장할 수 없게 돼요. 설계자와 시공자를 일단 정했으면, 전문가인 그들을 믿어주는 ‘뚝심’이 필요해요. 또, 건축자재의 기본 스펙은 법정기준 이상으로 맞추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데, 여러 군데에서 접한 파편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간섭하는 건축주도 있어요. 재료는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공 종합점수’가 더 중요하거든요. 건축주는 내 집을 짓는 건축의 각 주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고 자기 페이스에 맞게 그들을 핸들링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시공사가 돈 떼먹고 도망갔다’, ‘설계자가 목조 도면을 그릴 줄 모르더라’ 등 사기행각이 난무한 것도 건축주들의 불신에 한 몫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착공 전 단계에서 공을 많이 들여야 해요. 요즘 건축주들은 인터넷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경향이 있어요. 설계자든 시공자든 현장을 방문해 그들의 결과물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설계자가 디자인만 그럴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상세한 부분까지 다 도면에 표현해 현장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또, 같은 자재로도 시공자의 실력에 따라 품질 차이가 확연하니 제대로 시공하는 사람인지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고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건축 시장 개척, 험난하고 배고프지만 진정성으로 승부해야죠” 목조 감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소장님의 목구조 도면은 디테일하다고 들었습니다. 목조를 따로 공부했나요? 그렇게 대단한 실력은 아니고요, 현장 가서 대화는 되는 수준입니다. 알다시피 대학교에서는 목구조를 가르치지 않아요. 몇 년 전만 해도 경량목구조는 집장사의 영역이었죠. 저는 어렵게 ‘목조건축대상’ 수상작 도면을 구해다가 독학했어요. 단순히 베끼는 게 아니라 왜 이런 디테일로 지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어요. 평면뿐 아니라 상세도면이 많았는데, 그때 서까래와 탑플레이트, 헤드와의 관계 등 목조를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구조체의 주기표, 폭, 뎁스, 앵커 등 보에 대한 리스트도 있어서 그것도 공부했어요. 현장에서 어깨동냥하며 “왜 이건 두 겹을 쳐요?”물어봐 가면서요. 건축가와 집장사, 그 중간 정도의 디자인을 원하는 건축주의 수요를 점쳐보자면?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집장사와 건축가의 중간 디자인이 너무 미약해요. 건축가들에게는 경제성이 없어서 진입이 어렵고, 아직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번에 해결하길 원하는 건축주가 많아 설계자가 디자인만 납품하는 게 쉽지 않아요. 주택 디자인 시장의 허리가 두툼해야 건축주의 선택지도 넓어질 텐데, 아쉽죠. 하지만 건축주분들의 인식변화로 중간층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확실해요. 저희를 찾아오는 건축주들은 집장사도 만나보고 건축가에게 상담도 해본 분이 많아요. 원하는 바도 명료하고 설계비도 일정금액 할애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죠.<땅을 읽고 집을 짓다>란 제목의 책을 출간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건축사 사무실 출신으로 저희처럼 주택에만 집중해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어요. 여러 채의 집을 지으며 경험한 ‘보통 사람들의 디자인 주택’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요. 저희를 찾는 건축주들이 “이 땅에 어떻게 건물을 앉혀야 할지 상상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늘 하세요. 지금까지 작업한 걸 가만히 살펴보니 택지지구, 산등성이, 물가 등 다양한 조건에 집을 지었더라고요. 땅부터 시작해서 공간을 구성하고 종합해서 버무려내는 과정을 예비건축주들에게 전달해 집 짓는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었어요. 홈스타일토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한다면? 얼마 전 만난 예비건축주는 ‘건축가’라는 존재가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준대요. 저희 세대 건축교육은 거장을 만들기 위한 커리큘럼이었으니까 ‘건축가’ 하면 좀 위압적인 느낌이 있었죠. 없던 시장을 만들어가며 일반인들이 살만한 주택을 설계해보니, 주택은 건축가가 자기 색깔을 내기가 힘들 정도로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많은 디자인 영역임이 확실해요. 법규와 건축주의 요구사항 등 주어진 요건을 잘 버무려서 한 덩어리를 만들어내야 하죠. 그래서 스스로를 건축가보다는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저희처럼 건축을 제대로 공부하고 배운 사람이 설계한 집이 지나치게 비싸지만 않다면, 머잖아 그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 믿고 오늘도 묵묵히 작업해가는 거죠. 홈스타일토토_ 서울시 종로구 종로1길 55, (경통빌딩) 602호 / www.homestyletoto.com hbr94@hanmail.net※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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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그날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
1977년 뉴욕 맨해튼에 CITICORP CENTER라는 59층짜리 빌딩이 완성되었다. 이 건물은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건물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로 더 유명했다. 건물의 하부 9개 층 높이가 필로티 구조로 되어 있고 4개의 굵은 기둥이 59층이나 되는 고층빌딩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네 모퉁이에 만드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 건물은 각 벽면의 중앙 부분에 한 개씩, 총 4개의 기둥이 위치하고 있다. 원래 이 곳은 세인트피터스 교회가 소유한 땅이었다.“같은 곳에 새로운 교회를 지어준다면 빌딩 건축에 동의한다”는 것이 교회 측에서 낸 조건이었다. 땅의 한 모퉁이에는 교회를 다시 지어야 했기에 각 벽면의 가운데에 기둥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 독특한 구조 디자인을 고안한 이는 프로젝트의 총괄 구조 엔지니어였던 William LeMessurier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기둥 배치로 인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8개 층마다 V자 형의 골격을 갖는 특수한 구조 방식을 채용했다. 그런데 고층 빌딩임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는 건물 무게가 이상할 만치 가벼워져, 바람이 불면 건물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그는 건물의 경사지붕에 동조질량(同調質量) 댐퍼, 즉 무게 400톤의 추를 띄운 기름탱크를 설치하고 건물이 흔들림과 반대방향으로 추가 움직여서 바람의 힘을 상쇄, 전체 밸런스를 늘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묘책을 내놓았다. 당시 너무나 독창적인 구조와 문제 해결 방법에 사람들은 큰 찬사를 보냈다. 건물이 완공된 이듬해인 1978년 6월, LeMessurier의 직원이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이 기구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다는 그 여학생은 수화기 너머에서 이렇게 말했다. "CITICORP CENTER는 강풍이 불면 무너질 것 같은데요." 그녀는 졸업논문을 위해 CITICORP CENTER에 대해서 연구하는과정에서 이 건물이 구조적으로 사풍(斜風, 건물 네 모퉁이가 45° 각도로 비스듬히 맞는 바람)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설마 그런 일이? 전문가가 만든 건물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건 것이다. 보통의 건물들은 모퉁이 부분이 구조적으로 가장 강하며 벽을 향해 90° 각도로 부는 수직풍(垂直風)이 건물에 가장 큰 부하를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특이한 구조 때문에 이 상식이 통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 CITICORP CENTER 형태와 실제 모습(www.wikipediaorg) LeMessurier도 물론 수직풍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했었고 건축허가를 받는데 필요한 구조강도도 당연히 계산했다.그러나 사풍은 완전히 맹점이었다. 그는 직원으로부터 전화 내용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사풍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학생이 지적한 그대로였다. CITICORP CENTER가 견딜 수 있는 사풍의 최대 풍속을 산출해서 뉴욕의 기상 데이터와 대조한 결과, 건물을 무너뜨릴 수준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55년에 1번 꼴로 뉴욕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냈다. 그것이 올해가 될지, 5년 후가 될지, 아니면 30년 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55년 이내 대형 허리케인으로 반드시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는 흉기를 맨해튼 한 가운데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그가 생각해 낸 동조질량 댐퍼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의 이야기다. 어쩌면 허리케인의 상륙으로 정전(停電)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동조질량 댐퍼는 바람의 힘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물을 더욱 더 심하게 흔들리게 만든다. 이 경우를 가정해서 계산해 보니 CITICORP CENTER를 붕괴시킬 만한 대형 허리케인은 16년에 한 번씩 뉴욕을 찾아 온다는 더욱 절망적인 답이 나왔다. LeMessurier는 당시 ‘이 위험을 알고 있는 사람은 지구 상에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과학이나 엔지니어링의 영역에서는 특정 전문가만이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사실이나 가능성을 알아낼 수 있다. 그 순간,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 엔지니어의 행동에 따라서 그 후의 결과, 사회, 혹은 환경에 주는 영향은 나비 효과처럼 크게 달라지게 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그 가능성을 알았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다”고 회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본인의 명성에 금이 가고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을 걱정을 하는 대신, 오로지 “나의 실수로 인해서 생긴 이 위기를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아이가 물에 빠졌을 때, 모든 부모의 행동은 명백합니다. 즉시 물 속에 뛰어들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아이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건물에 대한 저의 마음도 같았습니다. (중략) 거기에는 윤리적인 관심에서 검토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공공(Public)에게 위험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만들어 버린 경우,전문가(Professional)로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엔지니어는 LeMessurier가 그랬던 것처럼 공공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스스로가 입게 될 불이익을 계산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선택해야 맞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한다는 결심만큼이나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스스로의 행동을 설계한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는 CITICORP CENTER의 위험을 미연에 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행동을 시작했다. 7월 31일, 고문 변호사와 본인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협력을 요청하고 다음날에는 건물의 소유주인 CITICORP의 부사장에게 우선 상황을 설명했고 바로 다음날에는 CITICORP의 CEO와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보강 수리에 대한 전적인 협력을 약속 받았다. 행동을 시작한 지 단 나흘 만인 8월 3일, 그는 보강 공사를 맡은 업체와 공사 계획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건물의 구조 보강 공사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위험을 막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강구해 나갔다. 허리케인에 의한 정전 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동조질량 댐퍼의 보조 전원을 확보했다. 시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주변 10개 블록의 긴급탈출 및 피난 대책을 준비했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적십자의 자원 봉사자 2,500명을 상시 대기시켰다. 그리고 기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회사에 위탁하여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폭풍우에 대한 정보를 감시하기도 했다. 보강 공사 현장에서는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그들이 퇴근한 다음 매일 밤샘으로 용접작업을 진행하고 일출과 함께 작업을 중단, 출근 시간 전에는 완전히 철수하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와중에 9월 1일에는 허리케인이 뉴욕 앞바다까지 접근했지만 상륙하지는 않아서 다행히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해 여름이 끝나가는 9월 중순, CITICORP CENTER의 구조 보강 공사는 완료되었다. 공사에 들어간 정확한 비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최소 4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보강 공사의 대금을 최종적으로 결재해야 하는 건물 소유주 CITI CORP는 LeMessurier가 가입하고 있던 보험의 지급 상한 액인 200만 달러만을 받고 더 이상의 비용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보험회사 역시 그가 위험을 미리 알아내고 필요한 처치를 함으로써 보험 역사상 최악의 손해를 방지했다는 이유로 사건 이후 그가 납입해야 할 월 보험료를 오히려 인하했다고 한다. 엔지니어로서 ‘공공의 안전, 건강,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훌륭한 의사 결정을 내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엔지니어나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기본 원칙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남을 위협에 빠뜨리지 말 것’” 이 사건은 그 후 17년 동안, 당시의 관계자 외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어떤 기자가 파티에서 이 일화를 전해 듣고 LeMessurier 본인에게 확인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1995년 ‘뉴요커’지에 특종 기사로 소개되면서 이렇게 세인들이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세상은 CITICORP CENTER의 이야기를 하면서 늘 LeMessurier라는 인물의 훌륭한 판단과 행동에게 초점을 맞춘다.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당시 21살이었던 프린스턴 대학교의 학생 Diane Hartley, 그녀가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전화를 받은 부하직원이 ‘일개 대학생이 무엇을 알겠어?’라고 통화 내용을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LeMessurier가 스스로의 업적에 자만심을 갖고 재검증을 하지 않았거나 그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면? 보험회사 직원이나 변호사가 고객의 이익을 보호한답시고 LeMessurier에게 사실을 은폐하자고 권유했다면? CITICORP의 임원들이 보강 공사를 하는 대신 비밀리에 자산매각을 결정했다면? 세상은 전혀 다른,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 일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옳은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날을 간곡히 소망해 본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큰 아픔 앞에서 허탈함을 느끼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날 무심코 걸었던 한 통의 전화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수많은 목숨을 구했던 Diane Hartley처럼 본인의 양심에 충실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날 구하지 못했던 우리의 친구들을 위한 진정한 레퀴엠이 아닐까. 글_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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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5
주택은 건축일까
글 박성호 정리 이세정일본의 건축 전문 월간지 ‘신건축/주택특집(新建築 住宅特集)’에 과거의 한 일화가 소개된 적이 있다. 건축가들이 모인 작은 파티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김수근 선생의 동경대 대학원 동기생이자 친구이기도 한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라는 대선배 건축가가 이런 화두를 던졌다.“주택은 건축인가?”그보다 선배이자 주택 설계 활동을 주로 해 온 시노하라 카즈오(篠原一男)는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나버렸고, 이토 토요오(伊藤豊雄) 등 남은 후배 건축가들은 논쟁을 계속했다. 훗날 그 일을 전해들은 한 건축가가 자신의 해석을 더한 글을 잡지에 기고하게 된다.“2000년 이전에는 그나마 공공건축의 현상공모가 사회에 새로운 건축의 모습을 제시하는 희망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변했고 지금의 공공건축 현상공모는 이해하기 쉬운 제안으로 어떻게 시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 경쟁하는 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이런 시대에 어쩌면 ‘주택’만이 건축주(특정 고객)의 합의를 얻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건축가가 의도한 공간을 실현하는 ‘설계 사상의 순수한 표현의 장’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정 고객과 그 가족에게만 초점을 맞춘 배타적인 공간, 혹은 너무나 특수한 해답은 과연 시대를 초월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건축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건축가는 문장 속에서 ‘배타적인 공간’이나 ‘너무나 특수한 해답’이라는 표현을 들어 주택 설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이질감을 금할 수 없었다.‘주택이 특정 고객의 합의만 얻을 수 있다면 설계 사상의 순수한 표현의 장이 될 지도 모른다’는 고백은 스스로 자백한 건축가들의 오만불손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 같은 발언을 보면서 우리나라 건축가의 공동 의식, 시대정신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흔히 ‘전문직’하면 변호사나 의사를 떠올린다. 그들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유ㆍ무형의 자산, 즉 고객의 건강이나 권리, 재산 등을 지키기 위해 전문 지식을 발휘하고, 그 역할에 대한 노력의 대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건축가는 어떨까? ‘사(士)’ 자가 붙는 ‘건축사’는 전문 직종인데 반해, ‘가(家)’ 자로 끝나는 ‘건축가’는 화가나 소설가, 음악가처럼 순수하게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인 것일까?주택 설계는 작업의 프로세스와 거래의 형태를 보면 오더메이드(맞춤 제작)와 유사하다. 해당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에 매력을 느낀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더메이드의 경우에도 고객의 취향과 희망사항은 매우 중요하고 우선시된다. 디자이너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집중한다. ‘디자인 철학의 순수한 표현의 장’으로 쓰라고 고객이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초월하고 건축가만이 특별한 존재로 있어도 되는 이유가 있을지, 건축가라는 업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당연히 주택도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하게 ‘삶을 위한 그릇’이라는 용도에 충실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건축이다. 각각의 건축주가 꿈꾸는 삶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존재하기에 결과적으로 다양한 모습의 주택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듯 개별적으로는 전혀 사회성을 가지지 않는 주택들도 시대나 기후, 지역, 민족 등 세그먼트로 나눠서 본다면 일정한 특징을 지니기 마련이다. 이러한 특징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정된 재화와 실현 가능한 기술을 동원해, 그 시점에서 본인이 생활하기에 최선이라고 믿는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바람은 늘 같기 때문이다. 이런 절실한 바람 앞에서 건축가의 사상이나 개인적인 욕심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설계자는 건축주에게 믿을 수 있는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건축주의 희망 사항을 잘 듣고, 해당 필지와 주변 환경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건축주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배치, 동선 계획, 입면 및 평면 계획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보다 합리적이고 저렴한 방법, 같은 비용이면 보다 내구성이 좋은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옳다.혹여 건축주가 그런 조언을 듣고 검토를 한 후에도 “그래도 이렇게 하고 싶어요”라고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이 답인 것이다. 건축주는 본인의 재산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추후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 지게 된다.물론 설계자는 조언자이지 건축주의 하수인은 아니다. 건축주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도 있다. 열악한 구조 강도 등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특정 자재의 잘못된 사용에 따른 건강에 대한 우려, 혹은 장비 등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등이 예견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이의 제기를 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특정 집단이나 민족에 대한 차별적인 상징을 사용하려는 등 타자에게 심리적 모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가능성이 높은 디자인에 대해서도 건축주가 아무리 원한다 해도 재고를 독촉하는 것이 직업윤리 측면에서 옳은 태도가 맞다. 아무리 건축주가 ‘싸게 싸게, 대충’을 강조해도 H빔으로 지탱해야 하는 구조물을 C형강으로 대체해서는 안 되고, 아무리 건축주가 ‘멋진, 심플한’을 요구해도 위태롭게 얇은 기둥으로 건물이 붕괴되고 옆집을 덮칠 우려가 있다면 그런 건물을 설계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자명하다.또한 건축주가 어디서 들은 정보로 ‘우레탄 단열재로 내단열을 하겠다’고 희망한다면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외단열로 설계를 변경하거나 다른 단열재를 추천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일본의 명문대 교수이기도 한 어떤 건축가는 타원형의 노출콘크리트 주택을 설계하면서 내단열로 우레탄을 사용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의 위험성보다 ‘설계 사상의 순수한 표현’이 더 중요한 것일까? 이런 사례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에 건축가가 스스로 의도한 공간을 실현할 수 있는 ‘설계 사상의 순수한 표현의 장’을 가지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남아 있다. 스스로가 건축주가 되어서 건축가의 자택을 계속 지으면 된다. 세계의 많은 선배 건축가들이 그렇게 살았듯이 ‘설계 사상의 순수한 표현의 장’을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박성호 aka HIRAYAMA SEIKOU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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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빵 만드는 남자 ‘베이킹파파’
빵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빵을 만들게 된 남자. 도심 속 아파트와 빌라를 오가던 그들의 이야기는 한적한 시골 마을 전원주택에서 다시 시작된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베이킹은 고된 작업이지만 그래도 작업실에서 빵을 만들 때가 가장 즐겁다.여기,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이 아닌 경기도 양평의 가장 끝자락에 베이킹 공방을 연 남자가 있다. 동네 이웃조차 몇 안 되는 이곳에서 용감하게 자신의 첫 베이킹 클래스를 시작한 그는 바로 누적 방문객 930만 명을 자랑하는 베이킹 전문 블로그의 주인공 ‘베이킹파파’다. 상세한 사진은 물론 동영상까지 담은 친절한 베이킹 레시피와 소탈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온라인에서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몰 창업 같이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아내와 함께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시골 전셋집 베이킹 공방’이었다. ▲ 따뜻하고 밝은 거실 ◀ 베이킹파파가 만든 바게트와 식빵들 ▶ 소품 역시 베이킹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하다. 꿈도 없고 돈도 없던 시절, 아내가 제안한 베이킹은 오랫동안 방황하던 그에게 뒤늦게 찾은 직업이 됐다. 그전까지는 고정된 직장도 없이 ‘반 백수’로 살았고, 아내가 집안 살림을 도맡으며 가장 역할을 했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남편 용돈도 살뜰히 챙기는 씩씩한 아내였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니 살림은 점점 기울었고 급기야 결혼할 때 어머니가 해준 아파트마저 넘어갔다. 계속된 경제적 어려움으로 점점 더 작은 집으로 옮겨야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는 좁은 곳이 더 아늑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런 아내가 철부지 남편에게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질문이 ‘빵 만드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시큰둥하게 답했던 그는 살았던 곳 중 가장 열악하고 낡은 집, 좁은 방에서의 어느 날, ‘한번 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지나고 나니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그게 마지막 물음이었다고. 이번에도 거절하면 더 이상은 묻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웬일로 제가 순순히 응했던 거죠.” 서른넷, 늦깍이로 시작한 베이킹은 의외로 적성에 맞았다. 사실 처음엔 그저 ‘빵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내가 직접 만든 빵 한번 먹게 해준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취미 삼아 학원에 다닌 지 두 달 만에 제과제빵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고, 혼자 연습하다 일을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겠다 싶어 빵집에 취직했다. 거기서 받은 80만원이 결혼 6년 만에 아내의 손에 처음 쥐여 준 월급이었다. 그 후 일반 제과점 서너 군데, 뷔페에 디저트를 대량으로 납품하는 회사에 다니며 6년 정도 꾸준히 일했다. 빵 만드는 일이 즐겁기는 했지만, 새벽 6시 출근에 밤 9시 퇴근이 기본인데다 끊임없는 노동에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할 때면 지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달래준 것이 바로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였다. 휴일에는 직접 만들었던 빵의 베이킹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리고, 같은 공감대를 가진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에게 더 맛있는 빵을 만들 레시피와 유용한 팁을 알려주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했고, 아내는 그런 그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항상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줬다. ◀ 블로그 이웃으로부터 선물 받은 그림 ▲▼ 베이킹파파가 만든 빵과 쿠키들 베이킹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건, 가혹한 업무에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가 온 팔꿈치와 어깨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작은 빵집을 내고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때 아내가 살림집과 겸한 공방을 운영해볼 것을 넌지시 제안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도 잠시, 블로그를 통해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엔 이렇게 큰 전원주택에서 공방을 할 생각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어요. 허름한 농가주택이라도 얻어서 일을 시작할까 했는데, 이 집의 주인 ‘김준찬 사장님’을 만나고 일이 많이 풀렸죠.” 작은 빌라나 아파트를 얻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 소음이 문제였다. 결국 도시와는 조금 떨어진 집을 알아봤는데, 눈에 차는 집을 구하려니 돈이 모자라고 예산에 맞는 집은 너무나도 볼품없었다. 맥이 풀리던 차,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교적 저렴한 전세금으로 나온 전원주택을 보게 됐고 두 사람은 집을 직접 보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넓은 마당과 두 개의 다락방이 있는 아늑한 집은 부부 마음에 쏙 들었다. 빚은 내지 말자고 약속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조금 모자라는 돈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집을 계약했다. 작년 6월, 드디어 이사를 마치고 거실 빽빽이 공방 수업을 위한 작업대와 베이킹 기구들을 들여놓았다. 발 디딜 틈도 없는 거실을 본 사장님은 이래서 사람이 살 수 있겠냐며 먼저 작업실 증축 공사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미국에서 35년 동안 집을 지은 경력으로 이 집 역시 손수 지은 사장님의 고마운 제안이었다. 경제적으로 그럴 여력이 없다는 얘기에도 재료비만 대고 그가 조수를 하면 공사를 직접 맡아주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나무로 뼈대를 올려 벽체를 세우고 지붕을 얹는 과정은 베이킹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증축 공사 때문에 공방 오픈 일정이 늦어져, 장대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도 비를 맞으며 지난여름 내내 작업에 집중했다.“마음이 급해서 매일 밤늦게까지 사장님을 끌고 다녔어요. 저보고 ‘악마 같은 놈’이라고 하셨죠(웃음). 그래도 매일 아침 같은 시간 집 앞에 오셔서 막걸리 한 잔으로 작업을 시작하곤 했는데, 세입자에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집주인은 또 없을 거예요.” 공사가 끝난 후 집의 뒤편에는 10명이 들어가도 넉넉한 크기의 작업실이 생겼다. 그가 만든 빵을 맛본 사장님은 마당 한쪽에 돌가마도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작년 9월 무사히 공방을 오픈했고 블로그에서 친목을 다진 ‘베이킹당’ 사람들과 함께 정모도 가졌다. 베이킹 선배들도, 작업실을 만들어준 사장님도 이 먼 곳까지 누가 베이킹을 배우러 오겠냐고들 했지만, 문을 연 지 석 달간 방문자만 700명을 넘어섰고 개설하는 수업은 연일 마감이다. 그 바쁜 와중에도 아내가 사진과 동영상 촬영, 프로그래밍을 맡고 틈틈이 공부한 영어로 그가 직접 글을 써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all that baking’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8주 동안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반 수업에 들어간다. 매번 새로운 빵을 만들고 연구하여 커리큘럼을 짜기 때문에 공부할 양도 방대하고,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꼼꼼한 성격의 아내와 부딪힐 일도 잦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와 블로그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로그에서 저를 좋아해 주시던 분들이 실제로 와서 수업을 듣고 실망하게 될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워요. 더구나 이번 수업에는 부산에서 오시는 분이 세 분이나 되거든요.” ▲ 곧 마당에 초록 잔디가 돋아날 공방 전경 ◀ 거실 창가에서 아내와 보내는 오후 ▶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사장님과 함께 얼마 전 그는 유정란으로 베이킹을 해보자는 야심 찬 계획으로 닭장을 만들어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날이 풀리면 겨우내 방치해두었던 마당도 손질해 수강생들과 야외에서의 바비큐도 즐길 생각이다. 또, 늘 속만 썩였던 아내의 얼굴에 더 환한 미소가 번질 수 있도록 일등 남편이 될 예정이기도 하다. 막막하고 어두웠던 지난 삶들이, 여기서 이렇게 하나둘 씻겨 내려간다. 더 행복하게 빵을 굽고 사람들과 따뜻하게 부대끼며 언젠가는 꼭 ‘베이킹파파’라는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드는 것. 두 사람은 오늘도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향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217-29 031-772-3301 www.bakingpapa.com<p class="0"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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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조작된 정보의 바다 속에서 감춰진 진실을 찾는 여정
언젠가 건축주와 함께 황토대리석을 취급하는 한 업체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회사 대표는 “황토대리석의 흡습성을 보여주겠다”며 분무기로 대리석에 물을 뿌렸다. 물은 황토대리석에 잘 스며들었다. 그러고 나서 “황토대리석에서만 원적외선이 나온다”며 옆에 있던 옥 덩어리와 함께 같은 시간 동안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시켰다. 그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이렇게 잘못된 상식들이 만들어지는구나!’이 퍼포먼스의 결과는 뻔했다. 옥은 그대로지만, 황토대리석은 따뜻해진다. 그 이유는 수분 함량과 가열 방법에 있다. 전자레인지는 물체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 자체의 분자 활동을 촉진시켜 가열하는 조리기구이다. 건조된 상태의 결정체인 옥은 가열될 수가 없고, 분무기로 가습한황토대리석은 당연히 가열이 된다. 이 실험은 원적외선의방출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작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위 일화처럼 건축업계에서도 왜곡되고 조작된 이야기들이 마치 상식처럼 유포된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실험용 쥐를 통해 확인된 콘크리트가 인체에 주는 악영향’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용은 이렇다.‘1987년 시즈오카 대학에서 나무, 철, 콘크리트로 만든 3종류의 상자에 실험용 쥐를 각각 넣고 사육실험을 했는데, 그 상자에서 태어난 어린 쥐들의 생존율은 나무 상자의 경우 약 85%, 철로 만든 상자에서는 약 41%, 콘크리트 상자에서는 약 7%이었다.’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 “콘크리트주택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요. 집을 지으려면 역시 목조주택이 최고입니다.”왜 그렇게 단언하느냐 하면, 일본에서 봐 왔던 많은 목조주택 관련 업체들이 계속 이렇게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도 신규고객들에게 뻔한 시나리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에 조금 다가가 보자. 실제로 실험의 목적과 전체적인 내용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채, 위에 거론된 부분만이 발췌되어 회자되고 있다. 생존율에 대한 진실은 이렇다. 위와 같은 결과는 평균기온 25℃라는 환경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뿐이었고 평균기온 20℃에서는 거의 모든 아기 쥐들이 죽었다. 평균 기온 30℃ 환경에서는 거의 모든 아기 쥐들은 살아남았다. 또한 상자의 재질로 인한 발육상태의 차이는 찾을 수 없었다. 이 실험을 실시한 담당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상자의 재질에 따른 열전도율 차이로 체온이 뺏긴 것이 원인이라고 사료된다.”이 실험에 관한 논문 전체를 일본어 원본으로 읽어봤지만, 거기에는 콘크리트의 ‘독성’이나 ‘유해성’이라는 단어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실험의 스폰서는 시즈오카현의 목재협동조합 연합회였다. 그들에게는 실험 전체의 결과보다 ‘나무 85%, 철 41%, 콘크리트 7%’라는 생존율의 차이만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의 농간(혹은 정보조작)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콘크리트의 역습(부제 : 콘크리트에 살면 9년 일찍 죽는다)’이란 책이다. 저자인 ‘후나세 순스케’가 제시하는 대안은 너무도 어이없게 간단명료하다. 저자는 내부 마감을 나무를 비롯한 친환경 자재로 바꾸고 노출콘크리트가 인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간단하게 조치하는 것만으로 콘크리트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콘크리트주택 중에서 인체에 콘크리트가 직접 닿는 부분이 몇 퍼센트나 될까? 거주자들이 콘크리트 구조체에 직접 누워서 잠을 자고 살을 맞대고 앉아 밥을 먹을까? 이런 근본적인 논리의 모순조차 생각하지 않고, 쥐가 많이 살아남은 나무는 좋고, 많이 죽은 콘크리트는 나쁘다는 식의 흑백논리가 마치 상식처럼 재생산되고 있다. 열반사단열재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열반사단열재를 제조 판매하는 이들은 심하게는 이런 설명으로 판촉을 한다.“주택에 가해지는 열전달 부하 중 복사열이 70%인데, 이를 막지 못하면 단열이 30%밖에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집의 지붕과 외벽에 가해지는 열 부하 중에서 복사열이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부피단열재(EPS, XPS, 그라스울 등)로는 그 복사열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단열재 외부에 도달한 복사열이 결국은 전도열로 바뀌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부피단열재는 복사, 대류, 전도의 모든 열에 대해 효과가 있다. 그리고 반대로 열반사단열재는 복사열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옳다. 열반사단열재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집에 가해지는 열 부하의 70%가 복사열이고 제대로 시공된 열반사단열재의 반사율이 50%가 나온다면, 그것은 집이 감당해야 하는 열 부하의 35%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열반사단열재가 부피단열재를 대체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예비 건축주들이 책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들이 제대로 된 진실인지, 조작된 허위사실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본인 스스로가 조작된 정보의 1차 피해자인 줄 모르고, 이를 제3자에게 다시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 진실을 비추어주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 주는 등대와 같은 원칙, 혹은 거짓말탐지기처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지침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에 넘치는 많은 정보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 우선은 스스로 진위 여부를 분석해보려는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어미 새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무조건 받아먹고 있다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지금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난 그대에게 묻는다. “그대가 믿어 왔던 상식은 과연 ‘진실’일까요?”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집님에 의해 2016-03-15 14:39:52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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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좋은 이웃을 만나는 방법,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지난 칼럼에서 나는 집짓기를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에 앞서 ‘상상하기’를 권했다. 그들 중 일부는 상상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이들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계속 고민하던 차에 상상의 힘을 더해 집짓기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상이 완성되기 전,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작은 원칙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떤 이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충돌하느냐에 따라 게임 혹은 거래의 유형을 나누는 분류법이 있다. 바로 Zero sum, Plus sum, Minus sum이다(sum은 ‘합계’라는 뜻). Zero sum(제로섬)은 당사자 간의 이해득실의 합계가 제로인 경우를 말한다. 누군가가 이익을 가져 가면, 반면에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의 손해를 입기 때문에 합계는 늘 제로가 된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거래는 제로섬 게임의 유형을 지닌다. Plus sum(플러스섬)이란 당사자 간의 이해득실의 합계가 결과적으로 플러스(이익)인 경우다. 플러스섬에서는 누군가의 이익이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손실로 연결되지 않는다. 상대와의 협조를 통해서 서로의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각자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소위 말하는 ‘윈-윈 게임’이라는 것이 이 같은 분류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Minus sum(마이너스섬)이다. 당사자 간의 이해득실의 합계가 결과적으로 마이너스(손해)인 경우를 말한다. 서로가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결국 둘 다 망하는 식으로,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패자만 남는 싸움이다. 이런 구도는 가능한 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 가지 유형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나에게 앞으로 평생 동안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그 거래의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유형을 선택할 것인가?” 현명한 그대의 선택은 100% 플러스섬 유형일 것이다. 그것만이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약자나 패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내가 이야기하려고 한 작은 원칙이 바로 이것이다. 그대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 그리고 그 삶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가는 설계라는 작업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원칙이 ‘플러스섬’이다. 플러스섬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일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까지 펼쳐 온 상상의 날개에 ‘내 가족’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제 등장 인물에 이웃을 포함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웃과 함께 어떻게 살면 기분이 더 좋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웃들도 당연히 하고 싶겠지?” “내가 입기 싫은 피해는 이웃들도 당하기 싫겠지?” 이런 상상을 통해서 설계 작업을 진행한다면 그대는 플러스섬의 원칙을 지키며 함께 살 수 있는 행복한 집 짓기에 성공할 것이다. 택지개발지구처럼 새롭게 개발된 단독주택 단지를 다니면서 제로섬의 원칙으로 설계된 집들을 많이 본다. 먼저 자기 집만 지었을 때만 생각하고 설계한 집은, 옆집이 들어서면서 그 장점을 모두 잃어버린다. 어떤 집은 주변에서 아예 욕 먹을 각오를 한 듯 우뚝 솟아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모두가 순간적인 만족감에 눈이 멀어 자기 욕심에 집을 짓는다. 결국 마이너스섬의 악순환에 빠져 서로 흉물이라고 탓을 하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집들을 보면 너무나 슬프다. 남을 이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집주인들은 본인이 마이너스섬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그들에게 ‘단독주택의 삶’에 대해 물어보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단독주택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이웃을 잘 만나야 해.” 이 말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자연발생적으로 좋은 이웃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행복한 집 짓기를 위해서는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이웃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기로 마음먹고 행동해야 한다. 일전에 한 전원마을에서 동시에 네 채의 집을 설계한 적이 있다. 1년 후, 그 건축주의 소개로 옆 두 개 필지에 설계 작업을 다시 맡게 되었다. 새로운 필지의 건축주와 미팅을 마치고, 기존 건축주들 중 한 분을 안부차 방문했다. “소장님, 저 집은 어떻게 짓겠다고 하나요? 저 집에 가려져서 좋은 경치를 못 보게 될까 봐 걱정이네요.” 모든 건축주들의 고민은 늘 같다. “선생님, 기억 안 나세요? 처음 이 집을 설계할 때 설명 드렸잖아요. 나중에 저 필지에 집이 지어져도 가장 도로 쪽에 붙여도 여기까지 밖에 못 오니까, 이렇게 배치하면 앞으로 걱정할 것은 없다고, 그렇게 결정한 거잖아요.” “어? 그랬던가? 그럼 나 이제 걱정 안 해도 되는 거네(허허)?” 그대에게 묻는다.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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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6
차(茶) 문화공간, 구도심 골목 안 ‘루치아의 뜰’
‘스텔라’는 이 집에 살다 떠나간 할머니의 세례명, ‘루치아’는 집의 새로운 주인 석미경 씨의 세례명이다. 같은 성당에 다녔지만 만난 적은 없던 두 사람은 운명처럼 ‘집’이라는 또 하나의 교집합을 만들게 된다. 지금 전하는 이야기는 ‘스텔라의 뜰’이 ‘루치아의 뜰’이 된 사연이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텅 빈 집들만 남은 쓸쓸한 구도심, 밤이면 불량학생들이 모여들던 문 닫은 극장 뒤 좁은 골목에 스텔라 할머니가 살던 집 한 채가 있었다. 파란색 낡은 철문과 소박한 뜰이 있는 이 집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3년 동안 비어 있어 폐허나 다름없었다. 담장은 무너져 내리고 사람 손을 탄 지 오래된 살림살이가 나뒹굴고 있었지만, 석미경 씨는 이 집을 만나는 순간 발을 뗄 수 없었다. “첫눈에 반했어요. 넓은 마당도, 집 앞 골목도 예쁘고, 옛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도 마음에 쏙 들었지요.” 취미로 오랫동안 차(茶)를 공부해온 미경 씨는 나이 오십이 넘으면 자신만의 차 공간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가족과 상의 끝에 이를 실현할 수 있게 됐고,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공주 시내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에 차는 집을 찾을 수 없었고, 그러던 중 스텔라 할머니의 집을 만나게 됐다. 약 40평의 대지에 방 두 칸, 부엌 한 칸, 다락이 있는 10평 정도의 집이었다. 차도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 안의 다 쓰러져가는 집을 도대체 어쩌려고 사냐고들 했지만, 그녀는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조용한 구도심의 정취가 오히려 좋았고, 집은 손을 보고 뜰을 정리하는 정도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 마당과 한옥 기둥, 콘크리트 기와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루치아의 뜰 ◀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겨울 풍경 / ▶ 아담한 부엌에서 차를 준비하는 미경 씨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대문에 달린 명패를 보고 같은 성당에 다니던 ‘스텔라 할머니’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집은 50년 전, 스텔라 할머니의 남편이 직접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워 3년 동안 지은 집이다. 문틀 하나에도 할아버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기에 할머니는 굳이 홀로 이 집에 남아 여생을 보냈다. 할머니마저 세상을 뜨고 집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아들이 집을 팔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미경 씨는 집을 허물지 않고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려둘 것이라는 뜻을 전했고, 2012년 겨울, 마침내 ‘스텔라의 뜰’은 ‘루치아의 뜰’이 됐다. 하지만 집을 고치는 일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근처 시공팀 서너 곳을 찾아 상담해봤지만, 대답은 하나같이 ‘집을 허물고 다시 지으라’는 것이었다. 새로 지으려던 것이면 애초에 이 집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비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으니 새집을 짓는 것이 합리적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경 씨는 잡지에서 우연히 임형남 건축가의 글을 보게 됐다. 작은 집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생각이 자신의 마음과 똑 닮아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또 읽었다. 후에 다른 책도 찾아 읽으면서 노은주, 임형남 부부가 화려한 이력의 유명 건축가라는 것도 알게 됐다.▲ 3년 간 방치되었던 고치기 전의 모습 ▲ 포근함이 느껴지는 루치아의 뜰 입구 “집을 찍은 사진을 담은 USB를 가지고 서울에 있는 건축사사무소에 직접 찾아갔어요. 버스 안에서 부디 이분들이 우리 집을 귀하게 여겨주시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내로라하는 유명 건축가가 이 작은 집을 고치는 일을 과연 맡아줄까 걱정도 했지만, 막상 만나서는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계획했던 예산안에 설계비가 추가되었지만, 사실 건축가를 만나는 순간 미경 씨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건축가의 생각과 설계 작업에 대해 당연히 지급해야 할 비용이라고 생각했고, 건축에 문외한인 자신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기도 했다. 공주에 내려와 실제로 집을 본 임형남 건축가는 오래된 골목과 집의 모습에 연신 감탄했다. 마치 이 집이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그는 옛 모습을 최대한 간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집을 고칠 것을 제안했다. 미경 씨가 그토록 기다리던 말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가장 귀한 인테리어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서울과 공주를 오가며 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설계를 진행하던 그 3개월이 참 좋았습니다.” 드디어 공사가 시작되고 작년 여름 두 달을 꼬박 집을 고치는 데 매달렸다. 기본적인 구조는 건드리지 않되, 남북으로 긴 대지 형태에 따라 동향으로 지어진 집에 햇빛을 더 많이 들이기 위해 남쪽 벽면을 트고 창을 크게 냈다. 막혀 있던 천장도 시원하게 터서 대들보와 서까래를 노출해, 열 평 남짓한 집이지만 답답하지 않게 만들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작업하기 위해 보강과 같이 꼭 필요한 것들만 하고, 조경 등 천천히 할 수 있는 것들은 미경 씨와 남편이 직접 하기로 했다.“남들은 집 안에서 오르내리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다고들 하지만, 그녀는 일상 속에서 이런 여유와 리듬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한다.”방에 누우면 서툰 솜씨로 다듬어 매끄럽지 않지만 그것조차 정겨운 대들보와 기둥이, 부엌에서는 파란색 수도 펌프가 있는 예쁜 뜰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텔라 할머니가 쓰던 살림살이들은 미경 씨의 손을 거쳐 화분이 되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했다. 자개장롱의 문짝은 다락방에 놓인 테이블이 되었고, 삭아 내려앉았던 툇마루는 선반으로 다시 자리 잡았다. 할머니의 옷장에서 나온 광목으로 커튼을 만들어 달고, 할머니가 쓰던 풍로에는 장미꽃을 심어 뜰에 놓았다. 집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지난 세월과 이야기는 이렇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녀는 앞으로 이곳에서 손님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하고, 올봄에는 마당에서 천연염색도 하며 다양한 문화강의를 이어갈 생각이다. 그렇게 이 집에는 스텔라 할머니의 세월 위에 루치아 미경 씨의 삶이, 또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 선반, 화초를 심은 그릇, 아리랑 성냥, 소품으로 남겨둔 아궁이와 가마솥까지 스텔라 할머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남향으로 창을 내어 종일 햇볕이 따뜻한 부엌 루치아의 뜰 충남 공주시 중동 171-2 / 041-855-2233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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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하우스에세이 / 상상을 통해 마주하는 집에 대한 진실
글 박성호 구성 편집부 칼럼을 맡아 그 처음을 ‘어떤 글로 시작해야 좋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해봤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가 ‘imagine’이었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아마도 지금 건축주이거나, 앞으로 주택을 짓고 사는 것을 꿈꾸는 예비 건축주들일 것이다. 그래서 그대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IMAGINE” 상상해 보세요. 그대들의 꿈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림 같은 예쁜 집’이나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마당’을 갖고 싶어서, 도심의 탁한 공기나 교통 체증, 층간 소음, 일상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많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한 절실한 선택일 수도 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이유들은 행복한 집짓기나 그 집에서 누리게 될 삶의 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집을 지은 건축주들은 입주한 그 날부터 고민하거나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데 어떻게 하지?’ 이렇게 되어 버리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집’이라는 것은 그것을 소유했다고 해서 원했던 무언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마법의 상자’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집은 사는 이의 삶을 담는 ‘그릇’일 뿐, 집을 짓고 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정중히 권하고 싶다. “IMAGINE” 상상해 보세요. 어떤 곳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아이들 혹은 가족, 친구나 이웃들과 함께 어떤 삶의 풍경을 그려나가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야 나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그대들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삶의 모습, 즐거운 일상의 윤곽이 잡혔을 때, 비로소 행복한 집짓기가 가능하고 주택에서의 행복한 삶의 문이 열린다. 그렇게 그려진 삶의 모습을 잣대로 세상을 다시 본다면, 거기에는 지금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진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마냥 예쁘고 멋있게만 보였던 집들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속 집들의 디자인이나 공법이 우리나라 기후나 여건에 잘 맞는지, 나와 가족의 생활 패턴에 적합한지 생각하게 된다. 멋은 없지만 쓰임새가 좋은 디자인인지, 아니면 멋있게 보이기 위해 쓰임새를 포기한 디자인인지 구별하는 눈이 생긴다. 이것이 첫 번째 진실이다. 아마도 그대들은 새집에 있으면 좋을 것들에 대해 많은 유혹들과 싸웠을 것이다. 실상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과 ‘꼭 필요한 것’을 가늠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대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새로운 잣대는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자연스럽게 결정한다. 그대들에게 꼭 필요한 우선순위를 알게 되면 그동안의 깊은 고민은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진실이다. 하나 더, 집짓기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하게 될 설계자 (나는 건축가라는 단어보다 설계자라는 단어를 좋아한다)와 시공회사에 대해서도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대가 만나는 설계자들이 본인의 포트폴리오에만 관심이 있고 그대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가 내놓는 결과는 뻔하다. 작품인양 멋부리기만 하지 삶의 그릇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설계자의 역할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다. 그대들이 상상한 내용을 공유하고 그대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실제로 그려주는 사람, 그것이 설계자가 할 일이다. 아울러 믿을 만한 정보가 없거나 부족해서 항상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는 시공자 선택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다. 그대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 생각이 있는 회사인지 생각해 본다면 답은 나오게 되어 있다. 이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그대에게 “그런 이야기는 저희한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어떻게 지을 건지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대답한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인지 그대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던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과 방향을 찾고, 그것을 유일한 잣대로 삼아, 선택과 판단을 반복해 윤곽을 잡아가는 일이다. 이때 그대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에 공감하고 그 느낌을 공유할 줄 아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만나야 비로소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 그대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아무리 열심히 봐도 보이지 않던 진실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권하는 것이다. “IMAGINE” 즐거운 상상을 시작할 때가 왔다고.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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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6
엔에스홈, 액티브하우스(Active House) 세미나 개최
외부에너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액티브하우스(Active House) 세미나 액티브 하우스는 환경과 에너지를 생각한 집으로 다양한 장치나 설비를 건축물에 활용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생산하여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주택입니다. 세미나를 통해 액티브하우스를 국내 목조건축에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 봅니다. ◆ 일 시 : 2015년 10월 21일(수) 오후 2:00 ~ 5:30 (3시간 30분) ◆ 장 소 : COEX (코엑스) 세미나실 301호 ◆ 주최/주관 : NS주택문화센터 <v:shape id="그림_x0020_4" o:spid="_x0000_i1026" type="#_x0000_t75" alt="주택문화센터 로고.jpg" style='width:87.75pt; height:19.5pt;visibility:visible;mso-wrap-style:square'> <v:imagedata src="file:///C:\Users\sunny\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3.jpg" o:title="주택문화센터 로고"/> ◆ 후 원 : NShome(엔에스홈)<v:shape id="그림_x0020_5" o:spid="_x0000_i1025" type="#_x0000_t75" alt="후원 엔에스홈.jpg" style='width:78.75pt;height:18.75pt;visibility:visible; mso-wrap-style:square'> <v:imagedata src="file:///C:\Users\sunny\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5.jpg" o:title="후원 엔에스홈"/> ◆ 강 사 :Henrik Norlander Smith / 송재승 / 최재철 ◆ 교육대상 : 시공사, 설계사무소, 시공자(빌더), 건축주 및 관심있는 일반인 ◆ 참가비 : 무료 (단, 사전신청자에 한함 / 교재제공) ◆ 참가방법 : NS주택문화센터(www.whcc.co.kr) 온라인 접수 ◆ 접수마감 : 10월 19일까지 선착순 마감 (100명) ◆ 교육일정 구분 시간 주제 및 강사 1부 13:30 ~ 14:00 접수확인(사전 온라인 신청자) 14:00 ~ 14:10 개회 (인사말) 14:10 ~ 14:40 천창 설계 상세 <송재승 원장, 건축사사무소 미추> 14:40 ~ 15:10 액티브하우스 적용사례 <최재철 소장, TCM 글로벌> 15:10 ~ 15:20 휴식 2부 15:20 ~ 17:20 액티브하우스와 솔루션(지속가능건축물) <Henrik Norlander Smith, VELUX> 17:20 ~ 17:30 질의응답 ◆ 문의 : NS주택문화센터 (Tel: 031-767-9400) - www.whc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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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8
2015 친환경건축축제 개최(10.29~11.1)
2015 친환경 건축 축제-ECO BUILD FESTIVAL경기도와 사단법인 국토환경지속성포럼에서 2015 친환경건축축제를 개최한다. 녹색건축과 관련된 세미나, 그린홈 짓기 체험, 친환경 재료 및 설비, 친환경 건축설계 및 시공사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일시 : 2015년 10월 29일-11월 1일장소 : 경기도청주최/주관 : 경기도, (사)국토환경지속성포럼1. 녹색도시건축세미나일시: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장소: 경기도청 신관 4층 회의실일정오전세션9:30 - 10:00등록10:00 - 10:30개회식10:30 - 12:00제1세션 : '친환경 도시건축 문화'이승일(서울시립대 교수)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도시발전 방향이규인(아주대 교수)세계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축문화송하엽(중앙대 교수)친환경 건축과 랜드마크오후세션13:30 - 15:30제2세션 : '미래지향형 창의적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좌장 : 장준호(안양대 교수), 토론 : 문채(성결대 교수), 김미정(두꺼비 하우징 대표)이재준(수원시 부시장)수원 마을만들기엄상근(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제주시 원도심 재생김정빈(서울시립대 교수)네덜란드 창의적 도시재생15:30 - 15:45휴식15:45 - 17:45제3세션 : '패시브하우스와 제로에너지주택 어디까지 왔나?'좌장 : 최정만(패시브건축협회 회장), 토론 : 이태구(세명대 교수), 박성중(IPAZEB 부소장)이병호(KTC 수석연구위원)영월 에코빌리지 설계로 본 제로에너지 건물설계 과제홍성일(이둔 D&C 대표)패시브하우스 짓기와 살기이영종(명지대 교수)노원구 제로에너지 실증단지 설계17:45 - 18:00폐회2. 그린홈 짓기 체험일시: 2015년 10월 29일-11월 1일(4일간)장소: 경기도청 잔디마당내용1) 친환경 집짓기 체험2) 한옥 짓기 체험3) 흙미장 실습- 경량목구조 구조체 조립- 벽체 제작 실습- 창호 시공 실습- 마감 실습- 한옥 구조체 조립 실습- 흙벽 심벽치기 실습- 황토반죽 및 흙미장 실습3. 친환경 건축 설계, 자재, 설비 전시회일시: 2015년 10월 29일-11월 1일(4일간)장소: 경기도청 잔디마당1) 친환경 자재, 설비 전시2) 친환경 설계 및 시공사례 전시3) 경기도 추천단체 전시EBF 세미나 및 EBF 짓기 체험 등록은홈페이지 공지사항(www.lesforum.kr)등록 안내 게시글또는 BAND 'ECO BUILD FESTIVAL'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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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8
건축 대가들의 완전 정복 집짓기 톡!
장소 :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이평리 267-17 (주)삼익산업 - 세미나실일정 : 2015.10.17 (토) - 11:00 am ~ 15:00 pm참여건축가: 강주형. 김시원. 문영아. 서경화. 김동희. 이재혁. 홍재승 참석비 : 2만원 (참석비 전액 기부)참가문의 : 1588 -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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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파워블로거 / 황인구 씨의 ‘아키의 캠핑&건축家’
자연 속에서의 치유와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 와서야 캠핑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황인구 씨는 이미 2008년도부터 캠핑을 취미로 시작해 블로그에 캠핑 후기와 정보를 포스팅해왔다.구성 조고은 http://myzip.blog.me자연 속에서의 치유와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 와서야 캠핑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황인구 씨는 이미 2008년도부터 캠핑을 취미로 시작해 블로그에 캠핑 후기와 정보를 포스팅해왔다. 이후 3년 연속 파워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고 지금도 하루 300~400명 정도가 꾸준히 그의 블로그를 찾는다. 그는 오토캠핑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부터 텐트, 취사장비, 랜턴, 동계캠핑 등 캠핑에 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포스팅한다. 계절별로 가기 좋은 캠핑야영지를 추천하기도 하고, 캠핑 후기에는 여행코스도 함께 추천해 캠퍼(Camper)들에게 매우 유용한 블로그다. 오토캠핑이라는 말이 생기기 시작했던 2008년, 인구 씨가 캠핑에 입문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에서 놀기 좋아해 아버지를 따라 낚시도 자주 다녔다는 그는 낚시를 즐기기보다는 텐트를 치고 요리하는 일을 더 좋아했다. 지금은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 두 아들을 데리고 캠핑을 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작년 가을에 다녀와 후기를 남겼던 춘천 물레길 캠핑은 둘째가 스스로 걷기 시작하면서 처음 간 곳이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아키의 캠핑&건축家’에는 캠핑뿐 아니라 건축에 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지금은 건설회사에 다니는 그는 국내의 특별한 건축물을 소개하고, 자신이 직접 건축 과정에 참여했던 건축물 이야기도 종종 전한다. 재작년 한창 논란이 되었던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공진현상 같이 생활과 밀접한 건축 관련 정보들도 볼 수 있다. 포스팅들에서는 언젠가 작은 아틀리에를 마련해 적은 비용으로 건축주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자연과 어울리는 전원주택을 설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 관심이 묻어난다. “6년째 블로그를 연재하면서 어떤 날은 방문자 수가 적어서 서운하기도 했죠(웃음).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그는 캠핑이든 건축이든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거짓 없는 순수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한다. 특히 각종 미디어를 통해 캠핑의 좋은 점만 알려진 요즘, 캠핑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캠핑의 장단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이런 바람을 듬뿍 담은 ‘아키의 캠핑&건축家’엔 앞으로도 캠퍼이자 건축사,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의 삶이 차곡차곡 기록될 것이다. ◀ 캠핑을 떠난 황인구 씨 가족의 단란한 모습 ▶ 아들과 화롯대에 밤을 구워먹던 캠핑의 추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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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경기도 이천 목공소 ‘가구장이 박홍구’
느리게,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2005년 5월 ‘전원에 산다’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박홍구 씨네 가족. 세월이 한참 지난 후 다시 찾은 그곳에는 집 안 구석구석 그들의 지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 근 10년 동안 차근차근 변해온 집은 지금도 홍구 씨네 가족의 손길로 조금씩 다듬어진다. “여긴 매일 변해요. 오시는 손님들이 들릴 때마다 ‘어, 또 바뀌었네?’ 하시더라고요.” 이곳 경기도 이천에서 박홍구 씨네 가족을 처음 만났던 것은 2005년의 어느 봄. 이사한 지 6개월 남짓했던 그때는 집과 작업실을 가족의 손길로 새로 단장할 즈음이었다. 박홍구 씨의 아내 하경희 씨 말처럼 10년 가까이 느리게, 조금씩 변해온 집과 작업실. 그들의 집에는 구석구석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문틀 하나에도, 흙벽돌 한 장에도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스며 있다.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그래도 특유의 손때 묻은 편안함과 아늑함은 그대로다.▲ 이제는 정리된 마당 안에 황토 옷을 입은 집과 축사를 개조한 가구전시장이 한가롭게 자리잡아 지난 세월을 실감케 한다. ▲ 처음 이사 왔을 때 낡은 농가의 모습 그대로였던 박홍구 씨네 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홍구 씨네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다. 8년 전만 해도 집은 낡고 평범한 농가 한 채에 불과했다. 지은 지 50년이 다 되어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부부는 새로 짓지 않고 살면서 조금씩 손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집은 마을에서 마지막 남은 흙벽돌집이 됐다. “집을 한 번에 싹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상황에 맞춰 조금씩 손보곤 했죠. 이제야 전체적으로 조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집을 고치는데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멀리 여행 한 번 안 가고 지낸 동안 집은 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걸터앉아 쉴 수 있도록 원목 마루를 깔고, 벽에는 황토를 칠했다. 방에 문도 내고 창틀도 새로 달아 이제는 새집 같아졌다. 주방은 꾸미고 보니 낡은 수도관 때문에 물이 새어나와, 홍구 씨가 직접 배관을 해 아이 방과 위치를 바꿨다. 그래서 주방 천장에 바른 벽지에는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 있고, 처음 해본 배관은 화장실 벽 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마당에는 기왓장을 쌓아 담을 만들고, 논이 있던 자리에 흙을 부어 땅을 돋운 후 창고를 지었다. “아들 순신이도 많이 컸죠. 잡지에 나갔을 때가 다섯 살이었는데 지금은 열세 살이니까. 처음엔 이 나무도 요만했었는데.” 다섯 살 꼬마가 사춘기 소년이 된 세월만큼 앞마당의 나무도 훌쩍 자랐다. 경기도 이천으로 막 이사했을 때였다. 천둥, 번개에 태풍이 불던 날, 혹시 나무가 쓰러지거나 뿌리가 뽑힐까 봐 세 식구가 함께 부둥켜안고 버텼더랬다. 그 일로 조금 기울어져 자란 이 나무는 이제 평상에 앉아 쉴 수 있도록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오랜 시간 천천히 그들의 손을 거친 집에는 흙벽돌 사이, 직접 심고 가꾼 나무 한 그루마다 여유와 온기가 깃들어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포근하면서도 한가로운 공기의 흐름이 몸을 감싸는 이유가 그 때문일까. ◀ 손님을 반기는 대문 앞 우체통 ▶ 가족의 화목한 모습▲ 작업실을 확장하여 만든 전시장 ▲ 나무로 직접 만든 싱크대와 식탁이 있는 주방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작업장이에요. 마루가 깔린 작업장을 갖는 게 꿈이었거든요. 종종 마룻바닥에서 맨발로 활보하며 작업하기도 해요.” 그동안 홍구 씨의 작업장도 많이 변했다. 소를 키우던 축사를 개조한 이곳은 원래 하나의 공간으로 넓게 뚫려 있었다. 지금은 벽을 세워 공간을 나누고, 한쪽엔 공간을 새로 확장해 삼면의 창으로 볕이 잘 들어오는 전시장을 꾸몄다. 목수에게는 움직이는 동선이 중요하다. 평소 생활하며 하는 생각과 감정이 가구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작업 공간이 변해 온 사이, 그의 가구도 조금 달라졌다.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감성이 담겨 있다. 이천에 오기 전부터 해오던 목공 DIY 수업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에 떠오르는 디자인을 스케치하는 일과 샘플 작업만 해도 벅차기 때문이다. “남편이 만든 의자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요. 사실 처음 4~5년 동안은 감성의자를 보고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어요. 저 사람 안에 뭐가 있는지 나도 모르는 거지. 그런데 어느 순간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남편이 의자를 만들던 순간 어떤 심정이었을지 최근에야 알게 됐어요.” 경희 씨는 그런 남편과 가구의 변화를 곁에서 쭉 지켜봤다. 예전에는 주문을 받아 제작해주는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었다면, 지금 남편의 작업은 작품 활동에 가깝다. 내면적으로 외롭고 힘들던 시절 만든 ‘감성의자’는 각종 박람회에서 인정받고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미술품을 경매하는 서울옥션에도 등록되며 이제 그의 대표작이 됐다. “제 심성이기도 한 것 같아요.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또 나무도 그렇게 두는 것이.”▲ 처마 밑에는 황토로 염색한 천을 달아 햇볕을 가리고, 창틀에는 화사한 색감의 꽃 그림을 그려넣었다. ▲ 아들 순신이와 박홍구, 하경희 씨 부부의 단란한 오후 ◀ 자귀로 나무를 다듬는 박홍구 씨 ▶ 왼쪽에서부터 감성의자가 변해온 과정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와서 목수로서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명확해졌어요. 나이가 아주 많이 든 제가 아담한 방에 앉아 의자를 포근하게 안아 쥐고 자귀질을 하는 모습을 늘 상상해요. 죽을 때까지 온전히 손으로, 자귀로만 감성의자를 만들며 살 겁니다.” 그의 가구는 칠을 진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가공하지 않는다. 나무 본연의 색과 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투박하면서도 깨끗하다. 종종 나무가 갈라지기도 하는데 억지로 메우지 않는다. 구멍을 뚫어 더 이상 갈라지지 않게만 해주는 정도다. 그는 이런 가구를 만드는 이유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삶의 속도를 늦춰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이 얼마나 근사한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래서 그의 가구는 더욱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작업실 밖에 나무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계절의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색이 어둡게 바랜 나무가 오히려 멋스럽다. 박홍구 씨네 가족도 그렇게 따사로운 햇볕도 쬐고 비도 맞으며 억지 부리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그들의 집과 가구를 보며 더러는 생각에 잠길 것이다. 한결 가볍고 편안한 표정으로. 가구장이 박홍구 031-642-4511 www.jj2.com※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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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오랫동안 꿈꿔온 집, 나만의 상상을 더해보세요
아파트에 사는 내내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며 가족의 보금자리를 그림으로 그리고 섬세하게 기록해왔다는 한 건축주가 제게 설계도를 내밀었습니다. 건축주가 손수 그린 설계도를 들고 찾아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글 정혜정 구성 전원속의 내집 편집부건축이나 인테리어를 전공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두 딸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주부라는 이유로 제 마음은 저절로 활짝 열렸습니다. 주부는 가족의 안락함과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직접 그린 설계도는 현재 가족이 사용하고 있는 가구와 소품까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꼼꼼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꿈꾸던 집을 짓기 위해 이토록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건축주를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그 가족의 첫 번째 집짓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여자이자 주부,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공간 구성과 수납, 채광, 색감, 재질 등에 관해 그녀와 세세하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무엇보다 소녀같이 순수하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감성을 집에 담고자 하는 마음이 건축주와 통했지요. 일반적인 집의 구조는 과감하게 버리고, 가족이 함께 혹은 각자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리며 휴식을 취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집을 구상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오랜 세월 집을 가꾸고 손님을 맞이하고 아이들을 키워 온 엄마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진, 아름답고 지혜로운 집이었습니다. 1층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거실과 가족실, 주방과 다용도실, 드레스룸과 욕실을 두었습니다. 손님이 방문해 밤늦도록 머물러도 가족들은 2층에 있는 방에서 공부하거나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공간을 배려했습니다. 거실 옆으로는 길고 넓은 주방이 이어지는데, 거실과 주방은 허리 높이의 파티션으로 답답하지 않게 공간을 나눴습니다. 싱크대가 길어지면 높이와 컬러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높이를 10㎝ 정도 높이거나 낮춰 턱을 주거나, 상판이나 하부의 재질을 바꾸고 컬러를 달리하면 주방이 훨씬 넓어 보일 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재미와 짜임새까지 더해지니까요. 주방 옆으로는 크고 작은 여러 살림살이를 수납하고 세탁실을 겸한 널찍한 다용도실이 있습니다. 보조 조리대 아래에는 수납공간을 여유 있게 만들고, 베테랑 주부인 건축주의 아이디어로 문대신 커튼을 달았습니다. 문보다는 커튼이 자리도 덜 차지하고, 무거운 솥이나 프라이팬, 여러 가지 조리 도구 등을 꺼내기 쉽지요. 가족실에는 텔레비전과 소파, 간단한 운동 기구 등을 놓아두었는데, 미닫이문을 닫으면 완전한 방이 되도록 했습니다. 딸들이 모두 커서 집을 떠나면 부부의 침실을 1층으로 옮길 계획이기 때문이죠. 2층에는 부부의 침실과 두 딸의 방, 테라스와 욕실이 있습니다. 부부의 침실은 따뜻하고 차분한 무늬의 벽지, 적당히 기울어진 천장, 원목창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지요. 여기에 건축주의 안목이 돋보이는 침구와 조명, 앤티크 소품이 방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 줍니다. 두 딸아이의 방에서는 엄마의 세심함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높은 천장고를 활용하기 위해 큰 다락방을 포기한 대신, 한창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각자의 아지트를 선사했어요. 침대 위에 다락을 만들어 침대에서 잠들 때는 아늑함을 느끼고, 사다리를 딛고 다락으로 올라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2층 테라스는 1층 주방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나무 데크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건축주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며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던 느낌을 담으려 노력한 공간이지요. 잔디 마당을 내려다보며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만들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바꾸고 나서 생각이나 습관이 달라진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집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집짓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집에 자유로운 상상을 더 많이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땅이 넓다면 집보다는 마당을 넓히고, 방보다 테라스를 넓히는 건 어떨까요? 공간의 구분 없이 하나로 넓게 이어진 원룸은요? 나와 가족이 살 집을 지을 계획 중이라면 지금부터 내가 꿈꾸는 집의 모습을 그리거나 메모해 차곡차곡 모아보세요. 이런 상상들이 모여 집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을 유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글쓴이 정혜정 프로방스와 독일식 건축디자인 전문 회사인 베른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교육과 서양화를 전공했고, 어린 시절부터 집을 구상하고 만드는데 재주가 있었다.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의 삶이 행복할 수 있는 집, 가족들이 사랑으로 휴식할 수 있는 집을 짓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행복한 집짓기(2012)」가 있다. 031-8003-4150 www.bernhaus.co.kr※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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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강릉카페 교동899 창업분투기
강릉시 교동 899번지에 위치해 이름 붙여진 카페 ‘교동899’. 지난 2012년에 문을 연 카페는 핸드드립커피는 기본이요, 한옥카페답게 강릉의 명물로 꼽히는 사천한과와 조청, 유기농 곡물로 만든 빙수와 인절미ㆍ모찌 등의 전통 메뉴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특히, 너른 정원을 중심으로 본채와 별채로 구성된 카페는 강릉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작은 미술관으로도 손색이 없다. 취재 전선하 사진 변종석 구옥과의 인연과 카페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남편은 중학교 미술 교사로, 저는 미술학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같은 직업에 있다 보니 취미도 취향도 비슷하고, 언젠가 우리 둘만의 작업실을 갖자고 약속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법원 자리에 강릉미술관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만 나면 미술관을 찾았어요. 그런데 미술관에서 내려다보는 강릉시의 모습이 볼 때마다 장관인거에요.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생각지도 못했던 미술 구상도 떠오르고, 그저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공간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주변으로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작업실을 마련하자고 나서게 되었어요. 지인과 부동산을 통해 매물을 소개받는데, 우리 마음에 전혀 안 드는 거에요. 쉽지 않구나 싶어 실망하며 내려오는 길에 동네 주민 한 분이 집을 구하느냐며 허름한 구옥 한 채를 보여주시더라고요. 그게 바로 우리의 카페 ‘교동899’와의 첫 만남이었죠. ‘물건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란 동네 어르신들의 걱정 어린 핀잔도 뒤로한 채, 너무 마음에 들어 다음 날 바로 계약을 했어요.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길 좋아하는 우리는, 둘이서 직접 구옥 개조에 뛰어들었죠. 1년간 쉼 없이 고친 끝에 드디어 우리만의 작업실이 완성되었고, 그 동안 주부들을 대상으로 해왔던 미술 강좌를 이곳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강릉은 시중에서 파는 일반 믹스 커피 내놓으면 안 되는 분위기인 거 아세요? 그래서 그 때마다 제가 직접 커피를 내려서 한 잔씩 드리곤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카페를 해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게 되었고, 일이 이렇게 커져 버린 거에요. 구옥 개조 시 가장 염두에 둔 사항이 있다면요? 구옥을 개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옛 자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었어요. 옛 주인 분께 듣기론 1970년도에 주인 분의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집이래요. 특히, 서까래를 보면 구멍이 많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유적지와 한옥이 많은 강릉 초당동에 있던 구옥을 해체해, 이 집을 만들 때 다시 끼워 맞췄다고 하더라고요. 개조를 위해 오셨던 전문 목수도 족히 150년은 된 나무라고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렇듯 집의 사연을 듣고 나니, 자재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부 인테리어와 구조를 변동한 것 외엔 기와와 서까래, 구들장 모두 본래 있던 자재를 활용했어요. 서까래는 원하는 색감을 내기 위해 샌딩만 여러 차례 했고, 지붕은 보수 공사 후 본래 있던 기와를 다시 얹었고, 구들장은 정원의 디딤석으로 재활용했지요. 지금 우리 카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중앙 테이블은 옛 별채의 툇마루를 뜯어다가 만든 거에요. ▲ 교동 899의 정원은 40년된 감나무를 비롯해, 옛 구옥의 구들장으로 만든 디딤석이 수를 놓는다. ▲ 부부가 한 눈에 반했던 옛 구옥의 모습들. 구옥 개조 시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던가요? 구옥 개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정말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시공 경험도 전무하다보니, 남편과 저는 무조건 발품 팔며 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스케치해서 인부들과 함께 만들고요. 조명이나 철망 담벼락은 샘플을 떠와 현장에 직접 설치해 보며 하나씩 콘셉트를 맞추었어요.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릴 적 누구나 한번 쯤 보았던 옛 집의 모습과 포근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나 옛 기억을 그대로 보존함으로 인해 많은 것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죠. 특히 방음과 단열의 문제를 극복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요. 기능적인 면에 집중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개조 컨셉에 맞추기가 어렵더군요. 근자에는 한옥도 규격화되어 단열의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구옥 개조에 단열까지 신경쓰는 건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랐어요. 가장 문제였던 지붕 누수는 몇 번의 방수 공사 끝에 마무리를 지었고, 카페 내에 유일한 좌식 공간은 전기패널을 깔아 겨울철 난방에 대비했어요. ‘교동899’에서만의 매력과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들려주세요. 저희 카페만의 매력이라면 뭐니뭐니해도 한옥의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이지요. 특히, 교동899를 만들면서 커피만 마시는 카페가 아닌 문화생활도 겸할 수 있는 ‘체험카페’로 운영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 작품을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강릉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운영 중이에요. 갤러리라고 하면 흔히들 그림만 떠올리는데요. 그림 말고도 퀼트, 부채, 에이프런, 캐리커처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노력 중이랍니다. 개인적으론 카페 주방 옆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좀 더 작품에 집중하고픈 계획이 있고요. 카페운영은 카페 외부에 남겨진 옛 창고를 로스터실로 개조해 좀 더 풍성한 맛의 커피를 제공할 계획입니다.교동899의 탄생비용 자기 자금 : 20,000만원 외부 자금 :4,000만원(대출) 매입료 : 20,000만원 내부 인테리어 비용 : 6,400만원(가구, 자재, 페인트 등) 설비 및 장치 비용 : 500만원(전기,수도,가스,배수시설 등) 커피 비품 비용 : 1,500만원 (로스터, 머신, 그라인더) 주방 기구 비용 : 250만원(그릇, 커피잔, 티스푼, 쟁반 등) 원두 및 식자재 비용 : 200만원(원두 구입, 기타 식자재 등) 바리스타 수강 및 자기 계발비 : 100만원 기타 잡비 : 500만원 ▲ 기둥과 서까래 모두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카페 편의에 맞춰 데크와 비가림막을 설치하고, 밋밋한 창호엔 김종애 씨가 직접 디자인해 오린 종이작품으로 무늬를 입혔다. 교동899의 건물정보 규모 :건평 32평 마당 40평 외벽마감재 : 강화유리 및 흙벽외 지붕재 : 전통한식흙기와 데크재 : 방부목 내벽마감재 : 흙벽외 일부 석고보드 바닥재 : 원목마루 및 강화온돌마루 창호재 : 기존 나무창호 및 강화유리 조명 : 직접 만든 조명 ◀ 친정아버지가 물려주신 추억의 영사기와 어머님이 쓰시던 홍두깨, 옛 주인에게 얻은 철제박스와 빈티지 재봉틀로 카페 내부를 꾸몄다. ▶ 한옥카페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부채 소품. ▲ 고재를 그대로 살린 카페 내부. 툇마루 고재로 만든 테이블과 타일을 일일이 붙여 만든 테이블 자리는 늘 인기가 좋다. 발품 팔아 찾은 조명등은 김종애 씨가 무척이나 애지중지하는 아이템. ◀ 주방 옆에 자리한 부부의 작업실. ▶ 유일한 좌식 공간은 난방을 생각해 전기패널을 시공하고 창호는 단열을 생각해 몰딩을 더하면서 미들창 형태로 개조되었다. ▲ 별채에 마련된 갤러리. 강릉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교동899의 운영노트 개업 년월 : 2012년 5월 8일 직원 2명 테이블 수 : 25석 로스터 : 추후 야외 창고를 로스팅실로 개조 에스프레소 머신 및 그라인더 : 이태리 달라 코르테(Dalla corte)에볼루션 / 이태리 엠핀 인터넷 : 무선인터넷 주차공간 : 주변도로 주차 및 공영주차장이용(10m) 위치 : 강릉시 교동 899번지 연락처 033-641-3185MENU ◀ 인절미와 핸드드립 커피세트. 김종애 대표의 어머니가 매일매일 공수해오는 인절미와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성덕 조청’의 궁합이 환상적.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할 만큼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배부르다. ■ 달콤한 찹쌀 모찌 3개와 아메리카노 세트. 아메리카노에 별미로 하나씩 제공되는 한과는 강릉에서 한과로 유명한 사천 지역 내 ‘갈골한과’와 ‘승일한과’ 제품을 사용한다. ▶ 정성스레 썰어 올린 모찌와 유기농 팥을 곁들인 흑임자 팥빙수. 교동899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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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3
건축ㆍ가구ㆍ커피가 한 자리에, 카페 디자이노
“카페에요, 가구점이에요?”란 물음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카페 디자이노(design-o). 목조건축을 전문으로 설계하는 건축가 최진헌 씨와 웹 디자이너에서 바리스타로 변신한 아내 최종숙 씨가 하루 종일 함께하는 오피스 공간이다. 디자이노에 발을 디딘 순간부턴 커피향에 한번, 다양한 가구 모습에 한번, 건물 속 건물의 모습에 또한번 매료된다. 오감을 자극하는 곳, 카페 디자이노를 만난다. 취재 전선하 사진 변종석건축가ㆍ가구디자이너ㆍ웹디자이너ㆍ카페 대표까지 두 분 다 이력이 화려하신 걸요? 건축일을 한지 15년이 넘었습니다. 건축일을 하게 된 건, 아버지께서 시공업에 종사하시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대학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휴가 때 아버지 일을 조금씩 도와드리면서 재미를 붙이게 됐고, 제대 후 건축학과로 전과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업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일한 경험도 있지만 현장 일이 그리워 아버지와 함께 작업을 더 많이 해왔구요. 지금은 제가 설계를 담당하고 아버지가 시공을 하시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가구 제작도 독학으로 시작했는데요. 주택을 완공하면 건축주가 가구를 사 들이잖아요. 그런데 그 모습이 집과 안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 거에요. 그래서 제가 직접 주택과 어울리는 핸드메이드가구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아내는 웹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일해 왔는데, 둘 다 강릉이 고향이라서 그런지 커피를 워낙 좋아했어요. 그래서 결혼 후 함께 호주로 건너가 저는 인테리어 공부를, 아내는 커피 공부를 하고 돌아왔습니다.카페를 열게 된 계기와 건물 선정 이유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저희가 좋아하는 일과 연관된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카페까지 열게 된 것 같아요. 오래 전부터 건축스튜디오를 마련할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호주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서 정말 바쁘게 일 하느라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 강릉 교동택지지구에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어서 작업을 해오다 우연히 빈 상가를 보게 된 거에요. 무엇보다 천장이 높아 공간 활용도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릿속에서 벌써 공간 설계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걸 보고 ‘이곳이다’ 싶더라고요. 또 그간, 온라인상에서 판매해 오던 핸드메이드 가구를 오프라인 상으로 옮겨 오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커피 일을 시작해야하는 아내를 생각한 복합적 공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건축스튜디오 & 가구 갤러리 & 카페가 함께하는 매장을 만들게 된거죠. 상호명은 ‘디자이노’, 영문으론 ‘design-o’ 인데요. ‘디자인 제로(design zero)’의 ‘o’와 ‘스튜디오(studio)’의 ‘o’를 결합해서 ‘design-o’로 정하게 되었고, 한글로 디자이노로 부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스튜디오로 운영하겠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지요(하하). ▲ 카페 디자이노의 외관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건물 속 또 하나의 건물. 최진헌 대표의 작업실인 건축스튜디오다. 카페의 콘셉트와 공사 과정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카페 콘셉트는 크게 두 가지에요. 건물 안에서도 외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에요. 외부와 내부가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벽돌을 사용해 공사가 덜 끝난 상가 내부처럼 연출했고요. 건축 스튜디오 역시 구조목이 하단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두어, 건물 안에 또 건물이 있는 듯한 느낌을 냈어요. 카페의 개성을 확실히 살려주는 공간인 만큼 작업하면서도 재미있었죠. 또한 카페지만 건축요소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노출콘크리트, 에폭시바닥, 목구조목, 벽돌 등 다양한 마감자재들을 있는 그대로 적용해 표현했어요. 두 번째 컨셉은 하나의 공간이지만 용도에 따라 공간 분리를 확실히 하는 것이에요.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내는 데 ‘가구’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지요. 주방 쪽엔 원목 식탁과 같은 주방용 가구를, 출입구 쪽에는 수납장ㆍ서랍ㆍ책장과 같은 생활가구를, 입구 옆 다이닝룸에는 거실용 소파와 테이블로 꾸몄어요. 특히, 다이닝룸에 위치한 통창에는 목재로 틀을 짠 후 각기 다른 의자들을 그 안에 배치해 안팎에서 의자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포인트에요. 공사는 약 3개월 정도 저와 목수 한 분하고 고군분투했네요. 그간 많은 시공을 해왔지만, 아무래도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어렵더라고요.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공사라는 것이 어느 시일이 지나면 전체적으로 능률이 떨어지거든요. 아내 역시 카페가 자리를 잡아야 개업 전에 메뉴와 카페 동선 등을 미리 체크해 준비할 수 있는 거였고요. 특히나 가구 갤러리를 위해선 카페 컨셉에 맞는 가구를 미리 제작해야 했고, 매장 디스플레이용과 판매용을 따로 구분해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낮에는 공사 일, 밤에는 가구 제작에 밤샘 작업이 이어졌죠. 그래도 저희가 구상했던 대로 카페를 완성하게 되어서 뿌듯합니다. 디자이노만의 매력과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들려주세요. 강릉에 카페가 참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다른 카페와 분명 차별화된 디자이노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두고 애초에 만들었다면 이렇게 운영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아내가 열심히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카페, 제가 매일매일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는 공간, 정성스레 수작업으로 만든 가구들을 손님 앞에 내놓는 뿌듯함.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있기에 손님들도 그 마음을 읽어주시는 것 같아요.▲ 소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등으로 제작된 핸드메이드 가구들. 함께 전시된 그릇들은 호주에서 귀하게 모셔온 수집품들이다. 디자이노의 탄생비용 자기 자금 : 5,500만원 외부 자금 : 2,000만원 (자금대출) 임대료 : 비공개 내부 인테리어 비용 : 4,800만원(가구, 자재, 페인트 등) 설비 및 장치 비용 : 1,100만원(전기,수도,가스,배수시설 등) 커피 비품 비용 : 1,300만원(로스터, 머신, 그라인더 등) 주방 기구 비용 : 200만원(그릇, 커피잔, 티스푼, 쟁반 등등) 원두 및 식자재 비용 : 80만원(원두 구입, 기타 식자재 등) 바리스타 수강 및 자기 계발비 : 호주 연수 ※ 인건비와 내부 인테리어 비용은 최진헌 대표 스스로 진행한 부분이므로, 일반 건축주ㆍ개인이 의뢰할 시 발생하는 견적과는 차이가 있음. ◀건축스튜디오 외벽은 귀여운 빵도마로 포인트를 주었다. ▶ 요즘 바닥재로 가장 인기가 많은 에폭시로 빈티지한 감각을 더했다. ▲ 건축스튜디오 내부. 손님들이 없을 땐, 주로 이곳에서 작업을 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디자이노의 건물정보 규모 :37평 외벽마감재 : 대리석 데크재 : ACQ 방부목재 내벽마감재 : 고벽돌 및 시멘트 블록타일 바닥재 : 시멘트 위 투명에폭시마감 창호재 : 스틸프레임 위 강화유리 조명 : 펜던트 및 할로겐 매입등 ▲주방 옆으로는 테이블과 소파로 안락한 거실 공간을 연출했다.▲ 다이닝 룸 컨셉의 공간.디자이노의 운영노트 개업 년월 : 2012년 5월 19일 테이블 수 : 6석 로스터 : 로스터기 없음 에스프레소 머신 및 그라인더 : BFC 인터넷: 와이파이(wifi) 가능 할인 및 이벤트: 핸드메이드가구의 제작 및 전시 주차공간: 5대 운영시간 : 오전 11시~오후 11시 위치 : 강릉시 교동 1902-3 연락처 : 010-3123-3755 www.design-o.net▲ 가장 많은 애정을 쏟은 곳으로, 가구 갤러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공간이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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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이새별 씨의 ‘한국제비꽃연구회’
“자연의 생명을 훼손시킬 권한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구성 이세정취재협조 한국제비꽃연구회 blog.naver.com/joymodem ▲◀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장백제비꽃 ▼▶외제비꽃 블로그 첫 화면의 문구처럼, 이새별 씨는 이 땅에 피어나는 작은 풀꽃이나 나무들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는 선한 마음으로 블로그를 열었다. 그의 블로그는 우리 꽃과 우리 나무에 대한 알찬 정보가 많고, 모르는 식물을 물으면 친절하게 답해주기로 유명하다. 본업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현장 답사로, 그의 블로그는 식물에 대한 살아 있는 지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옆에서 보는 듯한 생생한 사진은 덤이다. 이새별 씨는 농장과 식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원예 식물이나 자생식물들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스스로 식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평생을 산야를 돌아다니며 자생식물들의 분포와 생태를 연구했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는 자생식물이 있는 곳이라면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울릉도 등 마다 않고 사진기를 둘러매고 떠난다. 특히 토종 제비꽃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요란하지 않지만 소박한 풀꽃, 제비꽃은 친구이자 애인삼아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별반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우리 제비꽃을 찾아 꽃속(식물분류 단위 중 하나)을 연구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도 주요 과제다. 현재 약 85~90% 정도는 찾았다고 자신한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식물 한 종을 찾아내는 것도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생각과 이를 후손에게 물러줘야 하는 시대적 사명감에서 비롯된다. “산이나 들에서 만나게 되는 식물은 꽃색이 청명해 캐다 기르고 싶은 욕심도 들겠지만, 이는 아무리 원예 전문가라 하더라도 힘든 일입니다. 원래의 자연 환경을 인간이 만들어주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연히 애만 쓰다 식물을 죽이고 내다 버리게 되지요.” 그의 블로그는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원예용 식물에 대한 친절한 해설과 생활 폐품을 활용해 분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또한 답사길에서 얻은 여행의 단상을 토대로 직접 쓴 시나 콩트, 에세이 등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꽃과 식물이 그리운 이라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 마음을 달래보자. 어느새 발끝에서 묻어나는 꽃향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 플라스틱 폐품을 이용한 수태화분 전구에 접붙이기 한 화분 뚜껑을 열고 닫아 물구멍을 대신하는 화분※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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